글 싣는 순서 |
① "출산은 백해무익"…2030 청년들의 절규 ② 일·가정 양립?…"산모는 강제퇴직 1순위" (계속) |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일·가정 양립도 해결 못한 채 주는 이같은 현금 지원 정책은 산모들을 '돈 받는데 힘들다고 투정하는 엄마들'로 만들었다.
CBS노컷뉴스는 임신한 뒤 직장에서 쫓겨났거나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산모들을 만나봤다.
한 통신사 직영 대리점에서 근무하던 산모 김모(35·여) 씨는 임신의 대가로 육아휴직 대신 권고사직서를 받았다.
김 씨의 임신 소식을 들은 대리점 사장은 김 씨에게 슬그머니 권고사직서를 내밀고 "네 손으로 직접 사인하라"고 말했다.
김 씨는 회사를 상대로 한 번 싸워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접었다. 혼자 고용노동청에 들락날락해야 했고 신고를 위한 온갖 서류도 스스로 준비하고 접수해야 했다
특히, 본인과 뱃속의 아이에게 스트레스일 것이라 생각한 김 씨는 육아 후 다른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기약 없는 다짐을 한 채 회사를 떠났다.
건설업계에서 종사하던 전문직 여성인 최모(33·여) 씨도 아이를 갖고는 회사 눈치만 보다가 쫓겨나다시피 퇴사를 해야했다.
최씨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선배들은 다들 몇 개월 안 돼 다시 회사를 그만 뒀다"며 "그래서 길게 생각도 못하고 그냥 (회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본인의 회사에서는 여직원, 그 중에서도 육아휴직을 했던 여자들을 '쫓아낼 직원 1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7년차 직장인 A(31·여) 씨는 육아 휴직을 두고 회사와 논쟁 중이다. A 씨는 회사가 육아 휴직을 승낙해 주기만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A 씨는 본인의 회사는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여직원들에 육아 휴직을 내준 적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실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회사는 전체 사업체의 58.2% 에 그쳤고, 그나마도 육아휴직을 한 사람이 있는 회사는 전체의 29.9%에 그쳤다.
1995년 육아휴직제가 도입된 이후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체 여성 근로자의 70% 이상이 출산 이후 바로 직장에 출근하거나 퇴사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말로만 '일·가정 양립'을 외칠뿐 실제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자동육아휴직제'를 의무화하기 위한 법 개정은 19대 국회 때 시도됐다 폐기돼 현재 육아휴직은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일 뿐이다.
또, 기업 제재에 보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로감독제는 2015년 한 해 동안 협의회를 구성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렇듯 일·가정 양립을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기업을 건드리는 대신 일단 산모들에게 돈을 주는 정책을 펼쳤다.
임신 기간 동안 산모들에게 진료비 명목으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해 5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다.
그러나 산모들은 이 미봉책조차도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각종 검사와 수술, 입원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소득 수준이 낮은 산모는 그 비용으로 10달을 버티기 위해 저렴한 병원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0주차 산모 김모(28·여) 씨는 "저출산, 저출산 계속 말 하는데 돈 몇 십만원 준다고 애 낳을 사람 아무도 없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여기다 지자체 별로 운영되는 무료 보건소는 5~6년전 수준에 머물러있어 산모들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산모 박모(37·여) 씨는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속이 너무 불편해 많은 산모들이 이런 부작용을 개선한 약을 시중에서 사먹는다"라며 "돈은 돈대로 들고 이득은 제약사만 보는 이런 지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승희 교수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진정한 대안을 위한 큰 그림 없이 그때 그때마다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