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면 지난달 22일 이후 거의 한달만이 될 예정이었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격주로 이 회의를 열어왔고, 수석비서관회의(월요일)가 없는 주에는 국무회의(화요일)를 주재해왔다. 박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이 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밝혀왔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미르재단 의혹, 국정지지도 급락, 북한 무수단 미사일 도발, 송민순 논란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창구가 될 전망이었다.
회의 연기는 다소 이례적이다. 전날인 16일 저녁 회의 연기 사실이 참석예정자들에게 통보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이날 아침까지도 청와대 내부 사이트에는 회의 일정이 공지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내부회의인 만큼 대통령이 언제든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안으로 박 대통령이 회의를 다시 주재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회의 연기 배경을 놓고는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관련성, 송민순 논란 관련 대응준비 의도 등 관측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말 느닷없다"(정연국 대변인)거나 "가능성이 0%인 것으로 안다"(다른 청와대 관계자)면서 우 수석 관련성을 적극 부인한 상태다.
결국 회의 연기가 송민순 논란 대응 모색을 위한 청와대의 시간벌기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여당은 2007년 참여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확인한 뒤 유엔 북한인권결의 표결에 기권했다는 이번 논란을 들어 대야 공세를 펴고 있다. 청와대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정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단언했다. '국정을 북한에 물어보고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사안이 심각한 만큼 사실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청와대 내부 반응도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 송민순 논란은 우병우·최순실·미르 의혹, 국정지지도 추락 등 악재 와중에 돌출한 나름의 호재다. 북핵·미사일 위협 상황에서 야당의 안보관을 비판하면서, 야권의 각종 의혹 공세에 맞설 수 있다. 다만 사실관계 파악 등 사전작업에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따라서 며칠 시간이 지난 뒤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주민에게 탈북을 권유하는 등 인권 문제를 강조해온 점도 활용될 소지가 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가 실패한 만큼 오늘 회의를 했다면 안보메시지가 더 강경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청와대가 당장 송민순 논란에 발을 들이면 정쟁에 나서는 것으로 비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메시지를 정제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같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