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뒤 고령사회, 20년뒤 재정마비…그동안 뭐했나

고령사회 진입 코 앞, 재정대비 필요한데…경제수장들은 네탓 공방만

현재 재정확대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서 2년 뒤 닥칠 고령사회 진입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진=박종민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일국의 경제수장 2명이 최근 미국까지 가서 신경전을 벌였다.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 '기재부가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를 놓고, 서로 '네가 먼저 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2년 뒤 대한민국은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겨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노인은 불어나 돈 쓸 곳은 많아진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주력인 생산가능인구는 벌써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20년 뒤에는 재정이 마비될 것이라는 경고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이미 나와 있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위기에 대응해 어떻게 실탄을 비축할지, 정권 초기부터 머리를 맞대도 한참 늦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경제 살리기 추경' 또는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재정을 헐어 쓰는 데만 급급했다. 이미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이도 모자란 듯, 정부의 경제 수장이라는 사람들은 추가로 더 곳간을 열지 말지에 대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 쓸 곳은 많은데 낼 사람은 없다…2036년 재정마비"

일단 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5세~64세 생산가능인구가 3704만명으로 최고 정점을 찍었다. 앞으로는 줄어들 일만 남았다. 반면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난다. 내년에는 유소년(0-14세) 인구보다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세금 내는 주력인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노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세금을 써야할 곳은 계속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하고, 노인인구는 2060년까지 급증한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내놓은 '2016년 장기재정 분석'을 보자. 예정처는 지난 2012년부터 2년마다 장기재정 분석을 내놓고 우리가 얼마나 고령화에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예정처의 추계에 따르면, 현행 세입과 세출 구조를 유지할 경우 2016년부터 2060년까지 국세 수입은 연평균 3.6% 증가하지만, 지출은 해마다 4.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입이 늘어나는 것보다 쓰는 속도가 더 빠르다.

부족한 수입은 빚으로 막아야한다. 국가채무는 급속도로 늘어난다. 올해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5%지만, 2060년에는 151.8%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쉽게 말하면, 올해 국민 한 사람이 지는 국가채무는 1300만원이지만 2060년에는 이것이 2억7500만원까지 치솟는다.

현재 1300만원 수준인 1인당 국가채무는 2060년에는 2억7천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2060년까지 갈 것도 없다. 이대로 가면 20년 뒤인 2036년에는 재정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나라빚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기 힘든 재정 위기가 20년 안에 찾아온다는 뜻이다.

◇ 고령화 추세 감안하면 재정 탄탄하다는 건 착시

지금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40% 수준으로, 채무 비중이 200%가 넘은 일본이나 90%대인 유럽국가들에 비해 재정이 탄탄하다고 하지만, 이 또한 착시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사회에 진입하던 시기 독일(1972)이나 프랑스(1979)의 국가채무 비중도 30%대였다”며 “지금은 우리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해 보이지만, 앞으로 재정악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주장하는대로 고용률을 높이고 경제성장률을 올리더라도, 재정 위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용률 상승으로 206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측보다 상승하더라도 국가채무 비중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예정처는 고용률과 총요소생산성이 OECD평균치에 근접해 실질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측보다 2060년까지 해마다 0.3%p씩 더 증가한다는 장밋빛 가정을 해봐도 2060년 국가채무 비중은 140%로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증세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20%대로 높여 수입을 확충하거나, 재량 지출을 크게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경제수장들이 나라 곳간을 더 열어야 할지 말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속에서 씀씀이를 줄이려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증세를 통한 세수 확충 방안도 지난 4년 내내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돼 왔다. 현 정부의 증세불가 원칙 때문이다. 그 결과 법인세 인상, 소득세 면세점 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보다는, 담뱃세 인상과 같은 변칙적인 방법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8년 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인구폭탄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임기를 맡아, 그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을 탄탄히 마련해야하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과연 현 정부는 고령사회가 닥치기 전 그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 경제수장들은 재정을 더 헐어써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이 질문을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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