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이른바 보톡스를 판매하는 업체는 총 7개사로 이 중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3개사가 국내 업체다.
최근 중견 제약업체 휴온스까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이 점차 확장하는 추세다.
단 휴온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의 수출용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국내 판매 허가는 아니므로 상황이 좀 다르다. 식약처의 설명에 따르면 수출용 허가는 국내 판매와는 별도로 수출 제품에 대한 허가로 엄정한 심사 없이 간략한 소개만으로도 받을 수 있다. 실제 휴온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아직 임상을 마치지 못했다.
이처럼 전 세계 7개뿐인 보툴리눔 톡신 업체 중 3개가 국내 업체인 데다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업체나 건설사까지 뛰어들겠다고 나서는 등 경쟁이 심화하자 이제는 균주의 출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상업성을 갖춘 보툴리눔 톡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툴리눔 톡신은 A~G형까지 있는데 A형과 B형만이 미용 시술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판매 중인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은 각각 균주의 출처를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교 연구실, 회사 측 연구소 마구간 내 토양, 썩은 통조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세 업체 사이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최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휴젤과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메디톡스는 각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한때 생화학 무기로 고려됐을 만큼 맹독성을 갖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건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내 보톡스 산업의 경쟁력과 신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과 휴젤 측은 보건당국에 균주 출처를 밝혀 허가를 완료한 만큼 안전성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측은 "균주는 질병관리본부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현장실사를 거쳤고, 이후 기원과 개발경위를 포함한 허가자료를 바탕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휴젤 측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개발한 '보툴렉스'는 균주의 기원과 특성 분석, 배양, 독소 정제, 충전 및 동결건조에 이르는 공정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균주 출처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하면서 아예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지현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드물기는 하지만 보툴리눔 톡신 균주 자체는 자연계에 존재하므로 토양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는 균주의 출처 문제는 유전체 서열을 해독해 비교하면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업체 자체의 기술력과 결부되는 부분인 데다 별도의 의무사항도 아니어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업계 대부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