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의성 (배우)
◆ 김의성> 네, 안녕하세요. 배우 김의성입니다.
◇ 김현정> 지금도 그러니까 부산에 계시는 거죠?
◆ 김의성> 네, 개막날부터 지금 계속 부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의성 씨가 멋진 드레스 입은 여배우들보다 더 눈길 끌었던 거 알고 계세요?
◆ 김의성> 좀 부끄럽습니다. (웃음)
◆ 김의성> 부산영화제가 최근 1, 2년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많이 겪었잖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지방자치단체 쪽 혹은 정부 쪽에서의 그런 외압, 또 작품 선정과 관련된 외압이 제일 문제가 됐었는데요. 영화제의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지만 영화제가 더욱더 좋은 작품들을 모으고 더 좋은 영화제, 더 좋은 전통을 갖는 영화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여러 가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아쉬움 혹은 바람을 한 장짜리로 써서 여러분들 앞에 보였었습니다.
◇ 김현정> ‘부산영화제는 독립적인 축제여야 한다.’ 이런 의미가 담긴 거군요? 그러니까 이 문구에는.
◆ 김의성> ‘부산의 독립적인 영화제를!’ 뭐 이런... 제가 영어가 서툴러서 맞는 문장인지도 잘 모르겠고, 거기다가 철자법까지 틀려서요.
◇ 김현정> 제가 지금 그 얘기하려고 했어요. 그 와중에 스펠링이 하나. ‘INDEPE(N)DENT’ PEN에서 N을 하나 빠뜨리셨어요. 그래서 눈길을 더 끌었습니다. 일부러 그러신 거 아니에요?
◆ 김의성> 결과적으로는 멀쩡하게 쓴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요. 평생 아마 놀림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런데 사실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실은 부산영화제가 정말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열렸어요. 외압 논란 일면서 영화인들이 불참 선언하고 다시 김동호 위원장이 들어가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참석 안 한 영화인분들 계시고요. ‘완벽한 독립영화제가 아니다.’ 이런 얘기도 있어서 참석을 하면서도 내내 좀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 김의성> 우선은 예년과 같은 그런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가 없으니까 좀 썰렁하고 외로운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제의 독립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영화제를 보이콧하는 것도 영화제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영화제 전통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그 안에서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또 영화제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하게 된 거고요.
◆ 김의성> 그게 어떻게 된 건지 정말 사람들이 많이 미워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아, 그래요?
◆ 김의성> 네. 물론 말씀해주시기를 ‘연기를 그래도 잘 납득이 가게 했으니까 그 인물에 대한 미움이 잘 드러난 것 아니냐.’ 해서 이렇게 얘기해 주셔서 좀 위로는 되는데. 아무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에서도 한 대 때려도 돼요?’ 이런 사람도 있고요. (웃음)
◇ 김현정> 그런데 김의성 씨가 유독 악역을 많이 하셨어요.
◆ 김의성> 저는 일단 제가 맡았던 인물들 다 사랑하는데서 출발하고는 있습니다.
◇ 김현정> 악역이어도 그걸 사랑하고 이해해야지 연기가 되는 건가요?
◆ 김의성> 그렇죠. 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사람이 될 수가 있겠어요.
◇ 김현정> 그럼 영화 부산행의 그 상무는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셨어요, 어떤 식으로?
◆ 김의성> 이 사람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상황판단도 되게 빠르고요.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실행력도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사실 초반에는 이 용석이라는 인물이 가장 올바른 판단들을 했다고 생각해요, 영화 초반에는.
◇ 김현정> 맞아요.
◆ 김의성> 그런데 그 판단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문제였죠. 그리고 그런 판단들이 계속 겹치고 이런 이기적인 상황이 극한의 상황을 만나면 얼마나 좀비보다도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가 이런 걸 보여주는 인물이었고 해서요.
◇ 김현정> 맞아요.
◆ 김의성> 그래서 저는 이 인물에 대해서 제가 이해하는 코드는 공포였어요.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공포를 만났을 때 결국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습니다.
◆ 김의성> 네. 그런 걸로 유명해지면 안 되는데 문제입니다. (웃음)
◇ 김현정>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 내는 거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 김의성>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런데 제 마음속에서는 그런 부담을 갖게 하는 사회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가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 이런 지탄을 받기 쉽고요. (하지만) 조금 나이든 배우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괜찮은가를 좀 테스트하는 그런 돌멩이의 역할을 하는 것도 선배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야,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고 싶은 얘기를 같이 하자.’ 이렇게 후배들 격려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 김현정> 너무 멋진 말인데요. 그러면 본인은 굉장히 아픈 거잖아요?
◆ 김의성> 이 일로 밥을 못 벌어먹겠습니까? 밥만 벌어 먹으면 되니까요. 좀 많이 벌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와, 멋있으세요.
◆ 김의성> 부끄러운데요.
◇ 김현정> 배우도 시민인데 왜 자기 목소리 소신 못 내겠습니까? 배우로 또 시민으로 계속 멋진 모습 기대하고요. 착한 역할도 기대할게요.
◆ 김의성> 네, 누가 좀 시켜줬으면... (웃음)
◇ 김현정> 소위 김의성 씨 따뜻한 시선이 연기에도 좀 묻어나서 그런 캐릭터로 만날 수 있기도 기대하겠습니다.
◆ 김의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김의성 씨, 부산영화제 마무리 잘하시고요.
◆ 김의성> 저는 폐막 때까지 계속 남아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아직도 조금 갈 길이 멉니다.
◇ 김현정> 내년쯤에는 부산영화제가 지금보다 훨씬 활기찬 모습으로 부산에서 한번 연결하기를 제가 기대하겠습니다.
◆ 김의성> 그러기를 저도 바랍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김의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배우 김의성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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