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은행, 몇개까지 주워갈 수 있나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뉴스쇼가 수요일에 마련하는 코너입니다. 라디오 재판정! 변론 펼치실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어요. 손 변호사님. 은행열매 구이 이런 것도 좋아하세요?

◆ 손수호> 술은 잘 못 먹지만 안주로 좋아합니다.

◇ 김현정> 은행구이 좋아하는 분들은 요즘 거리 걸을 때마다 뭔가 굉장한 충동을 느끼실 거예요. 왜냐하면 거리에 은행열매가 가는 족족 막 떨어져 있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거 아세요? 서울 가로수 중에 70%가 다 은행이랍니다. 그렇게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은행열매도 많이 발견을 하는 건데요. 그런데 이거 주워가면 절도라고 제가 들은 것 같은데 맞습니까?

◆ 손수호> 놀랍게도 범죄성립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절도죄라는 게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고 점유하고 있는 걸 가져와서 뺏어오면 절도죄가 되는데요. 왜냐면 은행열매의 절도죄를 따지기 위해서는 은행나무부터 따져봐야 돼요. ‘은행나무 가로수가 누구의 소유냐?’는 거죠

◇ 김현정> 누구의 소유냐?

◆ 손수호> 해당 가로수를 관리하는 곳은 각 지방자치단체입니다. 그래서 서울 시내에 있는 건 각 구의 소유라고 볼 수 있는데요. 조례 등에 의해서 각 구가 관리를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은행열매도 ‘구의 소유가 아니냐?’는 논리가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민법에 이런 규정이 있어요.

◇ 김현정> 어떤 거요?

◆ 손수호> 천연과실과 법정과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천연과실, 즉 나무의 열매라든지 아니면 어미 소를 가지고 있을 때는 송아지라든지 어미돼지가 있으면 또 새끼돼지라든지 이런 것들을 법률용어로 볼 때 천연과실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런 천연과실은 분리할 때에 원래 이를 수취할 수 있는 권리자에게 속하는 것이고요. 그게 바로 나무의 소유자, 어미돼지의 소유자, 어미 소의 소유자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은행도 결국 구의 소유가 되고 다른 사람 구의 소유인 그런 은행열매를 가져가면 절도죄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떨어져 있는 은행 그거 한 두세 개 집어간다고 절도죄로 잡아간다는 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 손수호> 당연히 심하죠. 그러다 보니까 ‘이게 사회적으로 볼 때 이 정도면 충분히 용인되는 거고 범죄로 볼 수 없는 수준 아니냐?’ 그런 논의가 당연히 있고요. 실제로도 그렇게 처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두 개 은행이 떨어져 있는 걸 주워갔다고 해서 절도죄 또는 데굴데굴 굴러간 걸 주워갔다고 해서 점유이탈물횡령죄로 바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면...

◇ 김현정> 과하다 싶을 정도면 어떤 정도에요?

◆ 손수호> 조직적으로 가져가거나 준비를 철저히 해서 가져가면 처벌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사례가 하나 있어요.

◇ 김현정> 어떤 거예요?

◆ 손수호> 그게 3명이 함께 조를 짜서 도심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털어갔는데요. 막대기를 이용했습니다. 막대기 길이를 보면 그냥 우연히 주워가지고 간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한 거죠. 3m가 넘는 긴 막대기를 이용했고요.

◇ 김현정> 이건 정말 계획적인 건데요? (웃음) 계획적으로 3m 작대기를 준비했어요?

◆ 손수호> 정말 은행을 가져가서 뭐랄까 재물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거죠. 그리고 또 따간 것도 20kg들이 자루에 담아서 가져갔어요. 3명이 함께요. 이 정도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서울시의 조경 담당자도 이 문제로 질문을 받고 ‘뭐 떨어진 은행을 주워가는 것 정도는 용인할 수 있겠습니다마는 나무에 달린 걸 따려고 시도하거나, 그러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나무를 훼손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된 거군요. 사실은 몇 번 청취자들한테 질문이 들어왔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 거리를 걷고 있는데 은행이 막 떨어져 있어요. 저는 은행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절도죄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어디까지 됩니까? 그럼 한 10개 정도 한손 가득 담아가는 것 정도는 사회적 통념에 허용되는 겁니까?

◆ 손수호> 제 통념에는 적어도 허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20개까지도 양손에 담아갈 정도면 된다고 보세요? (웃음)


◆ 손수호> 네, 손 큰 분 같은 경우에는 좀...

◇ 김현정> 그런데 뭔가 계획적으로 이걸 싹쓸이해 가서 뭔가 팔아야 되겠다든지 이런 식으로 하시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고요. 2458님이 이런 질문 주셨네요. ‘그러면 밤나무의 밤, 감나무의 감, 이런 것도 다 해당이 되는 겁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본질적으로는 똑같고요. 또 밤나무, 감나무가 가로수로는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르게 보면 됩니다. 사유지의 소유자가 가지는 밤나무라고 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구가 아니라 열린 밤을 가질 수 있는, 밤나무를 소유하는 그 사람의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똑같게 적용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오히려 구 소유의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열매는 사회적으로 볼 때 좀 더 범죄 성립 가능성이 좁지만, 사유지에 있는 산에 가서 다른 사람 소유의 밤나무 밤을 털어갔다 혹은 따가거나 주워갔다고 한다면 오히려 처벌의 수위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김현정> 이정근 님이 이런 문자를 주셨어요. 어차피 은행 떨어지는 거 치우기도 힘들고 냄새도 지독한 게 사실이거든요. 밟으면 신발에 붙어서 하루 종일 냄새 나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그랬습니다.

◇ 김현정> ‘이것 차라리 은행 마음껏 따가도록 장려할 필요는 없느냐.’라고 문자를 주셨네요?

◆ 손수호>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에서 혹은 각 구에서 조례를 만들어가지고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어느 정도까지는 가져갈 수 있다’라고 정한다면 특별규정이 생기기 때문에 절도죄 성립이 안 되겠죠.

◇ 김현정> 아파트 화단에 감나무가 있는 분이 한분 계시네요. 박고은 님인데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됩니까? 누가 소유입니까, 아파트 화단은요?

◆ 손수호> 아파트 화단의 토지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봐야 하는데요. 그렇다고 한다면 공유 부분이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 구성원들이 그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렇다고 한다면 외부인이 와서 따갔다고 하면 그 역시 절도죄가 되겠고요. 아니면 또 공유자 중에 한 명이라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소유 부분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본다면 역시 범죄 가능성이 있겠습니다마는 이 역시 사회통념상 과연 범죄로 보는 것이 타당하냐? 그런 점에서는 의문입니다.

◇ 김현정> (웃음) 그러니까 이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네요?

◆ 손수호> 법적으로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이 그렇겠습니다마는 이런 일은 또 참 간단해 보이지만 오히려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죠.

◇ 김현정> 청취자 이정희 님은 또 이런 질문 주셨는데요, 이건 조금 더 복잡한 얘기예요. ‘여름에 시골에 갔다가 수박서리 같은 것, 예전에는 낭만으로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러면 분명한 절도냐?’

◆ 손수호> 절도죠. 이건 절도예요.

◇ 김현정> 확실합니까?

◆ 손수호> 여러 명이 같이 했을 경우에는 특수절도가 되고요. 기타 여러 가지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도 손해배상을 해 줘야 됩니다. 이젠 글쎄요, 예전의 문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남철희 님이 문자 주셨는데 서울 노원구에서는 은행을 마음껏 주워가라는 현수막을 붙여놓았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도 괜찮지 않느냐고 하시네요?

◆ 손수호> 괜찮죠. 은행의 소유자가 구라고 한다면 그 소유자가 처분권을 허용해 준 거거든요. 그렇다고 한다면 아무리 주워가도, 그 취지에 따라 주워가도 형사적인 그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이렇게 은행 얘기로 시작해 가지고 각종 열매얘기를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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