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전유뮬 '공매도'…'개인투자자 몫 확대'가 개혁 초점

지난 6월 도입한 공매도 잔고공시제도 실효성 없어…개인투자자들 원성 자자

(자료사진)
한미약품 늑장 공시사태 이후 현행 공매도 제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매도 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무엇인지 조명한다. [편집자 주]

공매도는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해 수익을 내는 주식거래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이 베링거잉겔하임과의 수출계약해지 사실을 오전 9시 29분 늑장공시했을 때도 장이 열린 뒤 29분 동안 공매도가 폭주해 당일 한미약품 공매도 물량의 절반 가량이 5만여건이 쏟아져 나왔다.

공매도를 한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의 공시 전 내부정보를 입수해 공매도를 쏟아낸 것으로 보이고 이들의 공매도 물량은 전날 호재성 정보만을 믿고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전날 종가보다 최고 5% 높은 가격으로 다 소화했다.

하지만 악재성 공시 이후 한미약품의 주가는 급락했고 장을 마칠 때는 18% 이상 폭락했다.

공매도를 한 기관투자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20% 이상의 수익을 거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그 수익을 자신의 손실로 떠안았다.

자연 공매도를 하지 못한 개인들로서는 공매도에 대한 비난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 때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을 공매도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늑장공시사태에서 문제의 핵심은 기관투자자들이 단순히 공매도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내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를 한 것에 있다. 그 같은 행위는 불공정거래나 시장질서를 교란시킨 불법적인 행위로 그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것은 공매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가 드러나는 대로 처벌이나 제재를 내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제도에 대한 원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는 기관투자자들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것보다는 자신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는데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부추겨서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가져오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크게 확산돼 있다.

여기에 한미약품 사태가 불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매도를 금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매도에는 주가하락시 유동성 공급과 헤지(위험회피) 거래 수단을 제공하는 등 시장효율성을 제고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런 만큼 다른 금융선진국에서도 공매도는 통상적인 주식 거래방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식을 살 때 남의 돈을 빌려 신용으로 주식을 사는 것과 정반대로 주식을 팔 때 남의 주식을 빌려 파는 것은 주식거래에 있어서 다른 금융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외국인이 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주식거래 방법이다.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도 1, 2년 전부터 공매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매도 폐해와 순기능, 이 양자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간극을 좁히는 방법의 하나로 지난 6월 30일부터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시행에 들어가 시행 중이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의 인적사항을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투기적 공매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처방이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의 인적사항을 공시하도록 했지만 공시대상자의 90% 이상이 우리에게는 낯선 외국계 기관투자자였고 실제 이들의 배후에 있는 몸통은 드러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 왜 잔고공시를 한 거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배후에 있는 실제 몸통의 신원을 드러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공매도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다른 금융선진국 어느 나라에서 그렇게 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공매도는 때려잡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때려 잡아서 해결하려다 보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그런 효과 밖에 나지 않는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불법적인 거래요소를 차단해 낼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개인들의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을 쉽게 해주는 방향으로 풀어가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공매도의 문은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열려있지만 개인에게는 사실상 닫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장은 도매시장처럼 사실상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만 열려있다.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려면 도매시장에서 주식을 빌려온 기관투자자들에게서 다시 빌려야 한다.

이때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 위해서는 빌리는 주식의 120~140%에 이르는 예치금을 담보로 쌓아야 하고 빌리는 기간도 1개월 이내로 묶여 있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주식을 빌리려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돌아갈 주식 양이 거의 없다"고 거래소 관계자는 말했다.

그래서 공매도는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처럼 돼 있고 거기에 참여할 수 없는 개인들이 공매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신용도나 자본금에서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이 기관투자자와 똑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빌려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예치금의 담보비율을 낮춘다거나 빌리는 기간을 좀더 늘려 주고 공매도를 위해 거래되는 전체 주식의 일정 부분을 개인투자자를 위한 몫으로 남겨놓는 등의 대책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현재 NH투자증권이 '큐브이 아이셀렉트(QV i-Select)'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증권사가 개인들의 주문을 받아 공매도 대행하는 것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도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