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제재 비웃는 대기업…가처분으로 버티면 헛 일

가처분으로 제재 무력화한 기업들 버젓이 입찰 참여…정부는 '사면 면죄부'

(사진=자료사진)
대형건설업체들이 입찰담합을 하다 적발돼도, 제재 결정이 내려져도,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버티다 특별사면을 받고 제대로 죄값도 치르지 않은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통과되면 확정판결까지 2~3년간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제개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 담합을 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것이 기업의 현실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특별사면을 통해 모든 것을 용서받고 '법과 제도'를 무력화하는 일이 늘 되풀이 되고 있다.

◇ 대한민국은 대기업 면죄부, 사면 공화국인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4대강 공사를 담합한 10개 대형 건설사 등 48개 부정당업체의 입찰제한이 풀렸다.

면죄부를 받은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입찰제한이 해제된 업체들이 지난해 조달청을 통해서만 139차례 낙찰받았고, 낙찰가도 4조 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 외의 것까지 합치면 사면 뒤 수주액은 10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입찰담합을 하다 적발돼도, 제재 결정이 내려져도, 업체들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버틴다. 또 특별사면을 받고 제대로 죄값도 치르지 않은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 사이 또다시 담합을 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기업 중 26개 업체는 2011년 이후 부정당업자로 적발된 건수만 최소 5건 이상에 달했고 '동호'는 무려 57회나 부정당업체로 적발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기부터 대형 국책사업 모두가 이러한 담합으로 얼룩져있다.

입찰담합으로 한국가스공사의 LNG 생산시설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들이 비슷한 시점에 4대강 공사 입찰담합에도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 건설사 13곳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삼척과 평택 등의 LNG 생산시설 공사에 단계별로 입찰담합을 해오다 적발됐다. 담합 사건 계약금액만 3조 5400억원대에 달한다.

이들 업체들은 또 2009년 4대강 공사에서도 입찰담합 사실이 드러나 대형 건설사 17곳이 형사처벌과 함께 입찰제한조치 등을 받았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때만되면 특별사면을 통해 행정처분을 무효화시키고 면제부를 줬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012년 1월 특별사면을 통해 입찰참가제한조치를 받은 건설업체 77군데에 면죄부를 줬다.

참여정부도 2006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 입찰담합으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내려진 6개 대형 건설사의 입찰제한을 풀어주는 등 대형 건설사의 특별사면이 되풀이되고 있다.

◇ LH에 담합입찰한 35개 업체중 77%25 '단 하루도 제재없이' 특별사면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이러한 행태가 이번 국감에서 각 위원회별로 도마위에 올라 질타를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LH공사가 발주한 2010년 이후 8건의 최저가 입찰계약에 35개 업체가 담합으로 적발됐지만 77%인 27개 업체는 단 하루도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지난해 특별사면 됐다고 밝혔다.

모두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후 지난해 8.15 특별사면을 받아 제재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이다.


대형 건설사인 동양건설은 담합에 8번이나 가담했지만, 단순 가담이라는 이유로 달랑 3개월의 입찰제한 처분을 받았다.

2006년 '성남판교 A25-1BL 아파트건설공사'처럼 부정당 업자 제재가 담합 발생에서 제재까지 7년이나 걸려 제재 실효성도 없었다.

LH 발주공사 중 2010년 이후 담합에 적발된 13건의 건설공사를 분석해보니 95개 업체 774억원의 과징금을 처분받았는데 특별사면된 업체가 84개에 이르고 있다.

◇ 조달청 제재업체 무조건 가처분신청내고 버티기… 제재 후도 30%25 사업 따내

조달청의 정부 입찰계약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명재, 김태년 의원은 조달청 국감에서 업체들이 담합 등으로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으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부터 내고 제재를 무력화시킨다고 질타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입찰 참가 자격제한 처분을 받은 부정당업자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건수는 204건이고 이가운데 90%인 183건이 받아들여졌다.

가처분신청이 통과되면 확정판결까지 2~3년간 제재 없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 부정당업자들이 입찰 참가 자격제한 처분을 받고도 '가처분 신청'을 이용해 정부 조달사업의 30%를 따내고 있다.

부정당업자들이 낙찰받은 사업 수
부정당업자들이 낙찰받은 사업 계약액
부정당업자들이 낙찰받은 사업 수는 2011년 1,693건에서 2015년 1만 3,312건, 계약액은 2012년 4조 9,625억원에서 2015년 9조 6,685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 특별사면 신중해야… 선진국은 5년 지나야 신청가능

특별사면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헌법적 목적과 가치 등에 맞게 신중하게 사용되야 한다. 특별사면이 행정처분을 무효화하고 사법부의 권한을 무력화하며 누구나 공평하게 처벌 받는다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수립 이후 2015년까지 단행된 95차례 특별사면(감형, 복권 포함)은 경제 살리기, 사회통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대기업과 재벌 총수, 정치인 등 이른바 주요 기득권층에게 면죄부를 줬다.

배임, 횡령, 비자금 조성, 탈세, 담합 등 온갖 불법, 탈법을 저지른 재벌 총수나 대기업에게 '경제에 기여했다'거나 '경제살리기에 꼭 필요하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며 밥 먹듯이 특별사면을 실시해 사면을 실시할 때마다 '대기업 특혜'와 '유전무죄' 비판이 심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주요 권력층·부자의 유죄확정일부터 특별사면까지 걸린 시간은 약 2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에 미국 등 선진국들은 유죄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5년이 지나야 사면신청을 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사면 받고나면 입닦는 대기업들…사회공헌기금 약속 외면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입찰제한이 해제된 48개 건설업체들은 사면 당시 대기업 봐주기냐 특혜라는 등 비판이 강하게 일자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 2천억원을 기부하겠다며 비판 여론을 달랬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의원이 조달청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들이 1년동안 기부약속금액의 2.4%인 47억원을 달랑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직접 나서 업체들에게 약속한 기금은 내야한다고 채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도 업체들은 볼멘 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 마음이 너무 틀린 꼴이다.

사회공헌기금에 그렇게 인색했던 업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32억 8,000만원을 아낌없이 출연했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32억 8,000만원을 출연했다.

이에대해 김현미 의원은 "특별사면으로 입찰제한이 해제된 이들이 국민에 약속했던 2,000억원은 까마득히 잊은 반면 특별사면에 보답하듯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착실히 기부했다"고 비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