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 부모,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신간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하는 노년의 삶'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하는 노년의 삶'의 목적은 노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 오해로 인한 갈등을 줄이는 것이다. 노인이 된 부모를 둔 40대 이상 독자에게 가장 유용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인자하던 부모님이 별것도 아닌 일에 서운해하며 토라지고, 고집을 곧잘 부리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당황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이런 부모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시 모를 질병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저자 추기옥은 학문적 이론이나 의학적 지식보다는 노인복지 현장에서 장기간 종사하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물론 이 책에 서술된 여러 가지 노인의 문제행동이 모든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상적인 노인이 되어 가족의 사랑과 사회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기에, 그런 노인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라 할지라도 이전과는 너무 달라진 모습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결국 오해가 깊어져 부모자식 간에 메우지 못할 골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노년의 길에 들어선 부모가 여생 동안 겪게 되는 변화를 자식이 미리 알고 있다면 ‘노인이 된 부모’와의 관계를 더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다.

노인이 된 우리의 부모는 다른 모든 인간이 그렇듯 존중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며, 어린이가 그렇듯 사회적 ·개인적 차원의 보호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노인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화로 인해 몸과 마음에 변화를 겪는다. 노화로 인해 약해진 육체와 더 이상 단단하지 않은 정신을 가진 이들의 모습은 언젠가 우리 또한 거쳐 갈 모습이다. 노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노인을 비생산적인 사회의 잉여 같은 존재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왜 바꿔야 하는지, 노인이 겪는 고난과 고통은 어떠한지를 이야기하면서 노년의 풍경을 그린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서 노년의 삶은 노을빛으로 안온하거나 혹은 잿빛으로 우울하다.

2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노년기의 신체적·정서적 변화가 어떠한지 살핀다. 흔히 노화는 신체의 변화를 통해 가장 두드러지지만, 사실 정서와 감정에 미치는 영향도 그에 못지않다. 물론 몸과 마음의 변화는 유기적이며, ‘감정의 노화’ 중 많은 부분은 뇌와 내장기관의 노화로 인한 것이다.


3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이상적인 노인의 삶을 누릴 수 있을지 알아본다. 노화는 몸과 마음에 모두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만, 어떻게 관리하고 돌보느냐에 따라 노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4장에서는 구체적인 노인의 문제행동을 하나씩 다루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본다. 부록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와 ‘치매센터/치매지원센터’에 대한 정보를 실었다.

- 치매 체크리스트 수록(35쪽) - 혹시 치매? 의심해야 할 증상들

- 노인복지 전문가의 조언과 TIP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노인의 바람직한 생활방식]
[노인을 존중하며 일상생활을 돕는 법]
[노인과 대화하는 법]
[건강을 유지하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방식과 태도]

책 속으로

내게는 어머니 한 분만 계시는데, 우리 어머니는 노인의 길에 진입한 후 많이 달라졌다. 평균적인 잣대로 보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던 분이 지금은 내가 일을 하면서 보는 다른 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고치거나 바로잡으려 애썼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변한 나의 어머니는 정상적으로 나이 드셨으며, 여전히 자식들을 걱정하는 자애로운 부모이다. 노인복지를 한 덕에 한 분 남은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노인복지에서 경력을 쌓은 것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상적으로 노인이 된 사람, 또는 그렇지 않은 사람…… 다양한 모습의 노인들을 보면서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래 노인이 된 스스로를 그려보며 미리 준비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_들어가기에 앞서

어린 자식의 눈에는 부모가 슈퍼맨, 슈퍼우먼과 동급이다. 힘도 세거니와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하는 능력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심은 자녀가 성인으로 성장하여 부모 못지않은 능력과 힘을 보유하게 되면서 점차 약화되지만 결정적으로 흔들리는 시점은 부모가 노인이 되면서부터이다. 부모가 한 겨울을 나면서 감기를 서너 번이나 앓고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매달 염색에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 ‘우리 부모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보다’ 하는 슬픈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 순간 부모가 나를 키우기 위해 애썼던 과거가 머릿속을 스치기라도 하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효도를 다짐하지만, 하찮은 일에 서운해하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다. 부모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며 혹시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_‘우리 부모가 달라졌다’ 중에서

일상생활은 습관적으로 하던 것이라 인지기능이 저하되어도 금세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식들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눈에 띄는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부모를 여전히 과거에 알던 상태의 부모로 생각하고 정상인에게 할 만한 이런 저런 기대를 한다. 부모가 과거에 해왔던 일들을 지금도 여전히 잘해낼 것이라는 데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행위나 판단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고, 부모가 변했다거나 협조하지 않는다고 의심한다.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도와주지 않거나 신경을 안 쓴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그런 기대에 부응할 상황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잠깐의 대화로 부모의 변화를 예리하게 판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한 변화는 예고 없이, 소리 없이 진행된다. 부모가 나이 들면 신체나 인지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자. 그래야 부모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게 된다. _‘우리 부모도 변할 수 있다’ 중에서

며느리: 시어머니 수발로 내 일이 늘어나고 수시로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은 참을 수 있어. 그런데 도대체 협조가 안 되니 어쩌면 좋아. 난 종일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오는데 어쩌면 그런 며느리를 위해 된장찌개 한번 끓여놓는 적이 없냐. 저녁 밥 먹은 후에는 남편이랑 둘이서 TV 보며 밀린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시어머니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다고 늦은 밤 시간까지 거실에 버티고 앉아 있어. 눈치 없이. 게다가 약 봉지는 어떻고. 방에 들어가면 난장판이야. 찾기 쉽고 드시기 좋으라고 깔끔하게 치워주지만 하루가 지나면 다시 전과 똑같아져. 그뿐이 아니야. 목욕은 죽어라 싫어해. 깨끗이 닦아드리고 싶은데 꾀병을 부리지 않나, 소리를 지르지 않나. 전번에는 꼬집히기까지 했다니까. 냄새가 나 가까이 가기가 싫고 누가 볼까 걱정돼.
시어머니: 난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니 집안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고 평생 해온 살림이 지겨워. 그리고 내가 살림에 손을 대면 며느리가 싫어할지도 모르는걸. 나이가 드니 냄새를 못 맡고 내가 음식을 하면 자꾸 짜다고 하니 음식 하는 것이 자신이 없어. 나는 종일 혼자 있어서 너무 심심해. 저녁에 아들, 며느리가 오면 그 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나도 이야기에 끼고 싶은데 나를 싫어하는 눈치야. 나를 이야기에 안 끼워줘. 며느리가 애써 약 봉지를 정리해준 건 고맙지만 남이 손을 대면 약이 뒤섞여 아침 약, 저녁 약을 찾기 어려워. 며느리 눈에는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내 방식대로 해야 눈에 훨씬 더 쏙 들어오는 걸 어떡해. 목욕은 끔찍해. 옷 벗고 목욕하는 것이 힘들고 고단하거니와 몸에 물이 닿으면 선뜻하고 오싹오싹해. 며느리는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물을 틀어 내 몸에 끼얹는데, 너무 추워. 때수건은 왜 그렇게 세게 미는 거야. 피부가 벗겨져나가는 것 같아. 그래서 전번에 싫다고 손을 휘젓다 며느리 손에 생채기를 내고 말았어. 마구 화를 내더라고.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미안했어. 난 목욕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다리가 아파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식구들 보기 싫지 않게 세수나 하고 있으면 되지 웬 수선이래. _‘이해를 하면 오해가 준다’ 중에서

추기옥 지음 | 들녘 | 20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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