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사건 처리 기간이 90일 안팎이라는 등 신속한 피해 구제를 홍보하지만 환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조정안을 받아들이게 되는 등 진정한 피해 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 뜻하지 않은 장애, 빼앗긴 일상
지난 2013년 겨울, 조 모(63) 씨는 며칠 내 계속되던 팔꿈치의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조 씨는 완쾌된 팔꿈치 대신 움직이지 않는 네 번째 손가락을 갖게 됐다.
조 씨의 손가락은 마비됐고 괴사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팔꿈치를 열어보니 신경이 떡이 돼 있었다."
6개월 후 재수술을 받게 된 조 씨가 의사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첫 수술 후 예후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신경이 엉켜 붙어버렸던 것이었다. 조 씨의 손가락은 재수술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조 씨 가족은 지난 3년을 고통 속에 씨름하다 올해 2월, 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 300만원 선에서 끝난 합의
중재원의 사건 처리는 어땠을까? 조 씨 측에 따르면, 중재원은 사건 처리를 만기일이 될 때까지 차일피일 미뤘다.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이 87.7일이라고 홍보했지만 조 씨의 경우는 달랐다. 120일로 정해진 만기일을 넘어 기간을 또 연장했다.
그 기간 동안에는 조 씨가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서 알 길도 없었다.
사건을 접수한 후 조 씨 측이 수차례에 걸쳐 혹시 빠뜨린 서류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번번이 돌아온 대답은 "조사를 더 해보고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중재원은 만기일이 다 돼서야 협상을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또 협상을 미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질질 끌면서 되려 피해자들을 지치게 했던 것.
조 씨는 약 7달을 기다리고 나서야 약 300만원 보상이라는 중재원의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 중재원은 분쟁 무마시키려는 제도?
중재원은 피해자들에게 "소송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비용도 많이 드니 중재원에서 해결을 하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중재원이 그 대안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중재원의 조정은 피신청인(병원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시조차 될 수 없고, 중재원에서 처리되는 사건 금액도 소액에 그치는 등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의료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중재원의 2015년 한 해 기준 조정 개시율은 43.5%, 즉 절반도 안 됐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사건 처리 결과는 500만원 미만의 소액 합의 금액이 66.6%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중재원의 결과는 판결의 효력까지 가져,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단 결과가 나오면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
실제 피해자 조 씨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애타게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져버려 이제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어쨌든 중재원이 약자를 위한 기관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재원 측은 이같은 지적에 "갈등 관계에 있는 양측의 사이에 있다보니 한쪽의 입장만을 들을 수가 없다"며 "그래도 모든 건을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