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사생활 파문으로 위기를 맞았던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미워할 수 없는' 실력파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공동경비구역 JSA'부터 '매그니피센트7'까지. 데뷔 25년 차 배우 이병헌의 속마음을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린 오픈토크에서 들어봤다. 다음은 이병헌과의 1문 1답.
▶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일단 굉장히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생각한다. 최근에는 그런 표현이 흔해져서 그 말에 대한 감사, 내가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지만 그 말만큼 배우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나 싶다. 배우로서 아주 오랫동안 듣고 싶은, 어려운 말이다.
▶ 범죄물이나 스릴러물에 자주 출연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영화의 장르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범죄 영화가 많아지는 것은 많은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런 범죄 영화를 굉장히 현실성있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거다. 예전에는 멜로나 휴먼, 코미디 등 모든 장르들이 다양하게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를 보면 반 이상은 범죄, 스릴러, 비리를 다룬 영화들이다. '내부자들2'를 배우로서는 찍고 싶지만, 그건 그 시기까지도 비리나 문제점이 있다는 이야긴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
▶ 본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는지?
-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은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몇 번을 봐도 온전하게 영화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자꾸 제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영화를 보면서 그 때는 왜 저렇게 연기가 어설펐는지 재평가 시간을 갖는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영화관에서 몰래 관객들 사이에 섞여 30~40번 정도를 봤다. 아마 처음으로 흥행 배우가 돼서 그 기쁨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 30번 보니까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나더라. 촬영 당시에는 충분히 감정에 충실했지만 뭔가 아쉽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 할리우드 진출을 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 돌아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 아버지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7년이 됐다. 아버지는 정말 영화광이었고, 저를 TV 앞에 앉히고 주말 명화를 많이 보여주셨다. 그런 분이 제가 지금 경험한 것들을 아신다면 얼마나 감동하고, 자랑스러워 하실지 생각한다. 저번에 미국에서 핸드프리팅을 할 때 팬들 앞에서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내가 여기에서 핸드프리팅하는 걸 알면 기절하실지도 모른다. 어디에선가 분명히 저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그런 것들이 자꾸만 저를 새로운 곳으로 가게 하는 그런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 그렇다면 아들에게 이병헌도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나?
- 아직 너무 어리니까 영화를 보여 주려면 제한된 것들이 많다. 첫 번째 보여줘야 할 영화는 '악마를 보았다'? (웃음) 아직은 TV를 봐도 집중을 5분 이상 못하니까 영화관 데려가서 보여주는 건 꿈도 못 꾼다. 주변 관객들한테 방해가 되니까. 영화가 뭔지 알고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거의 틈만 나면 데려가지 않을까?
▶ 할리우드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후배 배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 굳이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아니더라도 정말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지라고 하고 싶다. 많은 것들이 생각을 옥죄고 차단하게 한다.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고, 행동 반경을 제한한다. 이 시대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느끼는 거지만 그것을 벗어나고 뛰어넘어 보려고 하고, 자유로운 공상가가 되어야 한다. 엉뚱한 생각이 필요하다. 훌륭한 아티스트들 안에는 열 살 짜리 아이가 있다. 어렸을 때 본인이 했던 말도 안 되는 생각, 그 마음을 지워버리려고 하지 말고 더 찾으려고 애쓰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