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수억 메일 들춰본 야후, 한 순간에 훅 간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가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수억 명의 고객 이메일을 감시했다는 보도 보셨죠.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말은 야후가 사실상 전 세계인의 비밀을 다 들춰봤다는 거구요. 또 검열해서 나온 결과물을 미국 정보기관에 고스란히 넘겨줬다는 얘기나 다름없는데요. "수억 명 고객 이메일 검열해 미국 정부에 넘긴 야후",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충격적 사건. 야후가 상당히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겠죠?

◆ 김성완> 맞습니다. 포털 사이트가 이메일을 다 들춰보고 검열한 다음에 정보기관에 넘겼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죠. 앞으로 야후 메일함에 비밀을 넣어둘 멍청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보따리 싸서 다른 데로 가야겠죠. 가뜩이나 위기를 겪고 있는 야후에게는 정말 엄청난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실은 로이터통신 보도로 드러났는데요. 지난해 봄 미국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의 검열 요구를 야후가 받아들여서 엔지니어에게 검열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지시했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이메일을 찾아내서 미국 정보기관에 넘겼다는 건데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미국 인터넷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됩니다.


그동안 정보당국의 요구를 받고 특정 이메일 계정을 감시한 경우는 있었지만 고객 전체를 감시한 적은 처음인데요. 야후 측은 “야후는 법을 지키는 회사다. 미국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관련 내용은 사실상 인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수억명의 고객 메일 감시해서 미국 정보기관에 넘긴 야후,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카톡 망명, 사이버 망명의 악몽이 떠오른다"입니다.

◇ 김현정> 야후 소식 접한 분들 다 비슷한 생각일 거 같아요.

◆ 김성완> 이번 사태가 먼 나라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죠? 국정원과 검찰의 검열 의혹 논란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난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국내 포털 사이트 이메일이 안전하지 않구나 하는 걱정에 구글 이메일로 사이버 망명이 줄을 이었고, 지메일 접속량이 20% 폭증한 바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터졌었는데요. 그 때 여직원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실명 확인이 필요 없는 야후 메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재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하고나서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었는데요. 그때도 카톡 이용자들이 대거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했었습니다. 일주일에 150만명이나 이동을 했었죠.

이후에도 작년 7월 국정원 해킹 사태, 그리고 올 봄 테러방지법 통과했을 때도 사이버 망명객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에겐 야후 이메일 검열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거죠.

◇ 김현정> 수억명 고객 이메일 들춰본 야후, 또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신화와 물거품은 종이 한 장 차이다"입니다.

IT업계에서는 벤처 신화를 쓰고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과 기업이 물거품처럼 퇴출되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순식간에 갈립니다. 특히 고객 정보를 다루는 기업일수록 더 한데요. 고객 신뢰를 잃어버리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이번 일 터지고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회사들이 화들짝 놀라서 “우린 절대 그런 적 없다”고 해명에 나선 이유가 뭐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다가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기업에게 있어서 기업윤리와 도덕성은 제1의 덕목인데요. 거짓말 하는 기업을 고객들이 신뢰할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퇴출 직전까지 몰린 이유가 뭡니까. 배출가스 조작을 거짓말하고, 리콜과 보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자초했죠.

게임업체 1위 넥슨은 어땠습니까. 창업자가 친구 검사에게 회사 지분을 공짜로 줬다고 알려지면서 도덕성 원칙이 흔들렸고, "벤처신화를 일군 기업인도 별 수 없구나" 라고 신뢰가 땅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 김현정> 수억명 이메일 들춰보고 미국 정보당국에 넘긴 야후, 마지막으로 행간 더 있다면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창의력을 먹으면 살고, 간섭을 먹으면 죽는다"입니다.

벤처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겁니다. 국가가 끼어드는 순간 벤처는 죽는다는 거죠. 벤처가 좀 뜬다하면 국가가 띄운다 만다 간섭을 하기 일쑤고 성과를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삼으려는 경우가 보이는데요. 말 안 들으면 창업자 흠 잡거나 세무조사나 수사를 하는 방식인 거죠.

하지만 국가가 끼어드는 순간 벤처는 망합니다. 국가가 창조경제를 한다면, 끼어들지 말고 오직 지원만 하는 게 맞습니다. 이번 야후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정부는 안보가 우선이라고 주장할 테고 그래서 검열 요청했다고 말하겠죠. 국가는 안보를 빙자해서 국민을 감시하고 IT기업은 국외정보감시법 같은 법을 핑계대며 협조하구요.

이렇게 안보를 빙자한, 무분별한 사생활 감시는 우리도 걱정입니다. 테러방지법에 국정원이 테러 의심자의 개인정보, 위치정보, 심지어는 성생활 문제까지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 현실이거든요. 다시 한번 말해서 국가는 IT산업에 끼어들면 안 됩니다. 그러는 순간, 기업은 망합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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