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해지지만 성장 잠재력 커…공장 건설 등 투자 봇물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속에 마지막 남은 거대시장으로 큰 잠재력을 인정받는 인도에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13억 소비자를 놓고 스마트폰에서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인도에서 위치가 탄탄한 기업들도 안심하기 힘든 처지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자 인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한국기업들의 라이벌로 떠오를 수도 있다.
◇ 화웨이·애플, 인도 스마트폰 1위 삼성 위협
삼성과 애플에 이은 글로벌 3위 업체로 5년 내 세계 정상 정복을 선언한 중국 화웨이는 인도에서 이달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화웨이는 연말까지 남부 첸나이에 있는 공장에 연간 3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화웨이는 또 유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 안에 5만 개의 아웃렛과 제휴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0.3%로 25위에 그쳤다. 화웨이는 그동안 유럽과 중동에 집중해왔다.
중국의 샤오미는 대만 폭스콘과 손잡고 인도 생산을 확대하려 한다. 샤오미는 지난해부터 폭스콘과 손잡고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
아이폰 조립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은 인도를 중국 다음의 차세대 생산 기지로 만들려 한다는 전망이 있다. 폭스콘은 인도에서 첨단 제조시설과 연구개발에 5년 이내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밝혔었다.
이처럼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애플도 향후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인도를 5월에 방문해 모디 총리와 이동통신업체 등을 만나 구애했다. 애플 CEO가 인도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은 비싼 가격 때문에 인도 시장의 점유율이 2% 정도에 그친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자 인도에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애플은 인도에 개발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애플스토어를 여는 동시에 온라인으로도 제품을 팔게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인도 정부가 호락호락 허가하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는 쿡 CEO에게 아이폰 생산이 인도에서 이뤄지게 해달라고 애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이코노믹타임스는 지난달 애플이 폭스콘과 인도 생산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동기보다 17% 늘었는데 글로벌 시장이 0.3%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아직 30%가 안 돼 잠재력이 크다. 인도는 현재 3위 시장에서 조만간 중국 다음의 2위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스코에 따르면 인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2015년 7억9천840만명에서 2020년 9억9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다.
IDC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인도에서 값싼 J 시리즈 신제품을 앞세운 삼성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25.1%로 다른 업체를 월등히 앞섰다. 인도의 마이크로맥스는 12.9%, 중국 레노버가 7.7%이며 인도 토종업체인 인텍스(7.1%)와 릴라이언스지오(6.5%) 등이 뒤를 이었다.
◇ 중국 자동차회사들 대거 진출 검토
중국과 한국 등의 자동차 제작사들도 인도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상하이자동차(SAIC)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서 1위인 그레이트월(창청)이 인도에서 각각 공장을 건설하려고 지방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최근 로이터가 보도했다.
중국의 4위 업체인 창안자동차도 인도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다른 자동차 제작사인 둥펑과 BYD(비야디) 등도 인도 공장 건설을 고려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업체들이 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극복한다면 가격의 이점으로 현대차나 스즈키 등을 위협할 수 있다.
현대차의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도 인도에서 첫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는 인도를 신흥시장의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현지 내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곳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인도 공장의 최적지로 남부 안드라프라데시를 정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지난 8월 보도했다. 기아차는 안드라프라데시를 포함해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와 마드야프레디시 등지를 공장 설립 후보지로 검토해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47만6천대를 팔아 17.3%의 점유율로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지만 기아차는 아직 인도 시장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앞서 이코노믹타임스는 기아차가 340억 루피(약 6천억원)를 투자해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워 2018∼2019년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올해 2월 보도한 바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세계 5위에서 2020년까지 3위로 도약하며 판매량은 2015년 270만대에서 2020년 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차량공유 우버 VS 올라, 기사 확보 출혈경쟁
중국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라이벌 우버 차이나를 인수하기로 하자 인도의 1위 업체 올라가 다급해졌다.
중국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막대한 출혈경쟁을 벌이던 우버는 디디추싱과의 전쟁을 끝낸 덕분에 비축한 실탄을 인도에 퍼부을 수 있게 됐다.
올라와 우버는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승객에게도 요금을 할인해주는 등 기사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수천억원을 퍼붓고 있다.
이코노믹스는 우버가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2년에 걸쳐 최대 20만대의 차량을 구입해 기사들에게 리스해 합류시킬 것이라고 지난주 보도했다.
올라는 최근 인도 자동차 기업인 마힌드라&마힌드라와 제휴해 2년간 차량 4만대를 특별가에 구매하기로 했다. 우버는 이미 지난 6월 다른 인도 자동차회사 타타에서 차량 2만대를 공급받기로 했다.
올라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여러 외국 IT 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여러 차례 해고를 단행했다.
◇ 토종 플립카트 VS 아마존, 자금 대결
전자상거래에서는 1위 업체인 토종 플립카트와 2위인 미국 아마존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전자제품, 의류, 액세서리 등을 많이 사고 있는 인도에서 아마존은 공격적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를 만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인도에 3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은 2014년 2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아마존은 7월에 인도 100개 도시에서 당일 배송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플립카트는 월마트의 투자를 받아 아마존과 싸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플립카트의 소수지분을 최대 10억 달러에 사들이려고 협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이 지난주 보도했다.
플립카트는 2007년 아마존 출신 2명이 세운 회사다. 기업가치는 150억 달러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것이 목표인 알리바바도 인도를 중요한 성장 발판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인도 시장의 3위 업체 스냅딜에 폭스콘,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인도의 온라인 소매 시장은 2015년 160억 달러에서 2020년 1천19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