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이어 화물연대도 파업 초읽기…물류대란 위기 고조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에 반대하며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1주일을 넘긴 가운데 화물연대 역시 파업을 준비하면서 한반도의 물류 체계가 '동맥경화'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3시 노조원 기준 파업 참가율은 40.8%, 화물열차 운행률은 36.5%를 기록했다.

3일 동안 이어진 개천절 연휴로 잔뜩 밀린 화물 수송도 한숨 돌렸지만, 성과연봉제를 놓고 뾰족한 해결점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노정 대화나 정부의 변화도 기미조차 없어 파업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도 지난달 29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파업 전략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수열 대외협력국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중집에서 파업 계획을 어느 정도 세웠다"며 "4일 구체적인 총파업 투쟁 계획을 중앙투쟁본부회의에서 확정 짓고, 오는 5일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정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막기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고, 29일 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화물연대가 반발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란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규제 완화 조치로, 물류 산업 규제를 혁신하겠다면서 1.5톤 미만 소형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를 12년 만에 풀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는 화물차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해마다 공급기준 심의위원회를 통해 다음 해 화물차 신규 허가 규모를 결정해왔는데, 이를 폐지해 기업들의 물류 비용을 절약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열악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는 택배 및 소형화물차가 급증하면서 운송료가 폭락하면, 이를 벌충하기 위한 화물노동자들로서는 과적·장시간 운행 등 '위험 운전'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약 이번 주부터 화물연대마저 파업에 나서면서 철도노조의 총파업 일정과 겹친다면 정부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바닷길이 끊긴 가운데, 정부는 철도노조의 총파업으로 늘어난 물류 부담을 컨테이너 차량을 활용해 육송으로 전환해 해결해왔다.

이미 철강, 시멘트 등을 중심으로 물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차량 운송마저 막힌다면 막대한 혼란이 불어닥칠 수밖에 없다.

관건은 파업 참여율이다. 파업은 노조인 화물연대가 시작하지만, 실제 파업 동력은 미가입 화물차에 있기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철도노조 파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미숙련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정부의 부담이 커진다면, 화물연대 파업은 장기화될수록 미가입 화물차들의 파업 동참률이 오르면서 파업의 파괴력이 커진다.

국토부 관계자도 "화물연대 가입률은 전체 차량 대비 4% 수준이지만, 미가입 차량의 동조 파업 여부가 문제"라며 "특히 수출입과 직결되는 컨테이너 차량은 화물연대 비율만 30%에 달하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화물연대 총파업에서는 운송거부 차량이 전체 차량의 70%를 넘기자 사흘 만에 부산항 장치율이 85%를 넘어서며 사실상 마비됐고, 당시 파업으로 인한 물류 피해 규모는 6조 4천억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2012년 총파업에서는 운송거부율이 20% 내외에 머무르면서 노조는 파업 닷새 만에 핵심 요구사항이 모두 빠진 잠정 합의안에 사인해야 했다.

하지만 2012년 파업에서도 수출입 운송차질액 규모가 2457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과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하면, 참여율이 낮더라도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캐나다에서 열린 ICAO 총회에서 급거 귀국해 "화물연대까지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할 경우 국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며 "특수·긴급 화물에 대한 우선적인 운송과 관련 업계 간의 사전 정보공유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시켜줄 것"을 담당자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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