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비박계 의원들이 국정감사 복귀를 공식 제기하면서 투쟁 동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총선 이후 잠잠했던 비박과 친박의 계파간 이견차가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당이 망한다"는 위기 의식도 고조되는 추세다.
◇ 흔들리는 '단일대오' 갈라지는 새누리
29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앞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정병국, 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의원 20여명은 긴급 모임을 갖고 국정감사 복귀와 정 의장 사퇴 문제 해결 등을 논의했다. 비박계 중심의 의원총회인 셈이다.
모임 직후 나경원 의원은 "당 지도부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위해 다각적 방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당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집권 여당이 야당같은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냐는 말도 했다"고 우려를 전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국방위를 열고 국감에 전격 참여했다. 비박계도 지도부에 국감 참여를 공식 요청하면서 당이 다시 두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모습에 당 내에서는 위기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잘 드러났다. 한 의원은 "지금 당이 분열되면 안 된다. 지금 갈라지면 큰일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금 새누리당이 위기인데 이 때 단합이 안 되면 망한다"며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고민하는데 현재로선 단식은 단식대로 하고, 국감에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장 우세하다"고 말했다.
◇ 친박 일부 의원도 "국감 복귀해야"…주말이 복귀 분수령
중요한 점은 친박계 내부에서도 국감 복귀를 위한 출구전략을 빨리 짜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강경 친박계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제외하고는, 친박계 의원들조차 국감 보이콧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현실적으로 정 의장이 사퇴하는 건 어렵다"고 인정하며 "유감 표명이든 사과든 입장을 밝혀야 우리도 국감에 들어가는 명분이 생긴다"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번주 주말이 국감 복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대강 대결 국면을 풀기 위한 물밑 접촉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저녁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정 원내대표와 이정현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고향 친구로서 안부를 묻기 위해 이 대표를 방문한 것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대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야당과 정 의장이 행동에 변화를 보인다면 국감 보이콧 기조가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