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장관님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 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와 관련해 김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국감 답변자로 김 장관 대신 이준원 차관을 지정했다.
그런데 이 차관은 국회의원들의 정책적 결정 요구에 대해 "장관님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쌀 생산조정제 시행과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필요예산 900억 원을 삭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식품부가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이 차관은 "장관님과 협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순간 농식품부 국정감사장은 웃음기가 돌았다. 질문을 했던 박 의원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준원 차관의 이런 답변은 처음부터 의도된 작전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 지적한 정책들을 수정하거나 재추진하기 위해선 장관이 책임지고 결재를 해야 하는 만큼, 장관과 협의하겠다는 말이 잘못됐냐"고 반문했다.
이 말은 야당이 김 장관을 해임건의한 뒤 국감에서 답변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만 있도록 '식물장관'을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항변 아닌 항변으로 들린다.
이처럼 이준원 차관이 계속해서 "장관님과 협의하겠다"고 답변하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앞으로 그런 답변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차관은 이에 굽히지 않고 계속해 똑같은 답변을 이어갔고, 급기야 이 차관의 작전은 통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쌀값 안정을 위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10% 이상을 공공비축미로 수매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차관은 곧바로 "장관께서 답변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 의원은 "장관이 직접 답변하라"며 이날 국정감사 처음으로 김 장관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농업정책 최종 결정권자가 아닌 차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던 국회의원들도 답답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