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일은 지난 21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건강보험료를 축소 납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박해일은 아내 서모 씨의 회사에 직원으로 등재돼 직장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지난 2012년부터 약 4년 간 건강보험료 7,490만원을 미납했다.
박해일의 소속사는 박해일 본인이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고, 미납 사실을 알자마자 금액 전액을 납부한 후 퇴사 처리를 했다고 해명했다. 다수 매체의 보도를 통해 세무사가 박해일을 직원으로 잘못 등록해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해명도 이어졌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박해일의 보험료 회피·축소 의혹에 쐐기를 박았다.
근로시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성을 가진 '위장 취업'임이 인정됐고, 이에 따라 직업 보험료를 적용받은 기간만큼 박해일이 원래 지급했어야 할 지역 건강보험료를 내라고 고지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보험료 회피·축소 수법이 흔하게 행해지고 있다.
박해일의 경우처럼 지역 보험료를 월 200만원 이상 납부해야 하는 자산가들이 취업을 하면 월급의 3.035%만 직장 보험료로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발각돼도 특별히 과태료를 물지 않고, 순수 미납액만 내기 때문에 더욱 손쉽게 여겨진다.
앞서 탈세로 도덕성 논란을 빚었던 스타들의 해명 또한 비슷했다.
지난해 배우 장근석은 세금 탈루액과 가산세를 합해 1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국세청에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장근석 측은 회사의 정기적인 세무조사였을 뿐이고,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회계상 오류를 즉시 수정 신고하고 납부를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4년에는 배우 송혜교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25억 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송혜교는 박해일과 마찬가지로 '세무사의 업무상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들의 해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평범한 액수가 아닌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이 세금·보험료 등의 납부 상황을 모르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무지도 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본인'은 빠져 나가고, 세무사 탓으로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세무사 단독으로는 벌일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정설이다.
특히 박해일의 지역 보험료 미납액 납부는 '위장 취업'이라는 분명한 사유가 있기 때문에 더욱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장 취업'이라는 말에 이미 '보험료를 고의적으로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의미가 함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이 곧 수입으로 직결된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을 조금 더 지키고자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잘못마저 회피하고, 책임은 사라진 연예계의 씁쓸한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