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끝에 선 신동빈, 기로에 선 롯데

총수 구속시 사실상 대안 없어, 日지배 우려도 확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롯데그룹이 기로에 섰다. 3개월여 만에 종착역에 들어선 검찰 수사의 결말에 그룹의 운명이 달려있다.

핵심은 2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다.

현재 롯데 총수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로 볼 때 사법처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종 타겟인 신 회장은 물론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3부자 모두가 횡령이나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로 이미 구속됐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을 면한다면 경영 타격은 최소화할 수 있다. 검찰과 법정 공방은 벌이겠지만 그룹지배구조 개혁 재추진 등을 통해 만신창이가 된 그룹을 추스러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최악의 경영 공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총수 일가 부재라는 비상 상황에 대처할 대비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지난 2013년 7월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자 곧바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여기에는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위원장으로 누나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5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같은 집단경영 방식도 여의치 않다. 총수일가를 보좌해온 컨트롤타워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룹 2인자였던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세상을 떠난데다 이 부회장과 함께 정책본부를 이끌어온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도 검찰의 사정권 안에 있다. 계열사 사장단의 좌장 격인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비상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솔직히 뾰족한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최악은 더 있다. 롯데 경영권이 일본 측에 넘어가는 시나리오다.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비리로 구속된 경영진은 곧바로 물러나는 게 관례다. 따라서 롯데홀딩스도 신 회장을 해임하고 공동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 총수일가 지분이 가족회사 광윤사(28.1%)와 일가 지분(약 10%)을 합쳐도 과반이 되지 않는 구조에서 일본 롯데는 물론 한국 롯데까지 일본 주주에게 넘어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의 99%를 롯데홀딩스(19.07%) 등 일본 주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국가경제 등 수사 외적인 주장들도 경청하고 있다”면서도 “롯데 지분구조가 구속영장 청구와 신병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20일 검찰에 출석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고 롯데 측은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