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왜 아이폰에만 '혁신' 강요하나?

한국은 '혁신'에 집착…미국은 '특징(feature)'에 초점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아이폰7
애플 아이폰7 '혁신 없어', '혁신 실종', '혁신 잃어', '혁신 멈춰', '혁신 안보여', '혁신 빠져', '혁신 부족'….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된 애플의 신형 아이폰7 공개 이후 국내 언론들의 기사 제목에 거의 빠짐 없이 달린 문구다. 아이폰7이 나오기 전에도 해외 매체들을 통해 스펙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혁신 없을듯'의 기사가 등장하기 지작했다.

특이한 점은 오히려 애플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혁신성'에 대한 기사 제목을 찾아보기 힘들다. '혁신(Innovation)' 대신 '특징(Feature)'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제품 디자인이나 UI(user interface)가 바뀌면 '변하다(Chang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 '혁신'을 이야기 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


국어사전 속 '혁신(革新)'이라는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을 뜻한다. 영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이같은 '혁신'이나 '쇄신'을 의미하며,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혁신적인 작용 또는 과정의 산물로 새로운 방법, 아이디어, 제품' 등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폰 출시 기사에는 '혁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지 살펴봤다.

국내 매체들의 갤럭시S7 기사들을 찾아보면 '출시했다'는 발생 중심의 제목이 대부분이고, 일부 기사에서는 '혁신 대신 개선 선택' , '혁신 대신 기능 보완'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오히려 일체형 스마트폰에 비해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최초의 모듈 방식(조립식) 스마트폰을 출시한 LG전자의 G5의 경우에도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호평', '갤럭시S7 대항마' 등 발생과 비교 중심의 표현이 주류를 이루고 '혁신적'이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매체들은 '스마트폰 스펙경쟁 벗어난 삼성-LG "삶의 가치를 높여라"' 등의 제목으로 모바일 생태계(ecosystem) 확산에 삼성과 LG가 집중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스펙경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기술격차가 줄어들었고, 더이상 혁신적인 하드웨어 제품을 내놓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사실 삼성과 LG가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닌 이상 '생태계 조성'이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타이젠(TIZEN)'이라는 독자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지만 아직 인큐베이팅 수준이다.

아이폰의 변천사
◇ 혁신적인 것과 혁신적이지 않은 것의 차이

모바일 생태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 iOS,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모바일, 블랙베리 등의 미국 등 북미지역 IT 기업들이 내놓은 운영체제가 꾸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이고 삼성이나 LG는 가전회사다. 삼성과 LG가 만드는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구글의 모바일 생태계 플랫폼인 안드로이드가 탑재되고 노트북이나 컴퓨터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PC 생태계인 윈도우가 탑재되는 식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소프웨어를 이식 할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하드웨어 회사는 더 지능적인 하드웨어 작동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자동차는 새로운 디자인과 더 강력한 성능의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 계속 나오지만 더이상 혁신적인 제품은 아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첨단 장치와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의 자율주행차는 그래서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혁신'은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키고 가장 앞선 기술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붙은 꼬리표다. 이제 스마트폰도 자동차처럼 더이상 혁신적인 제품은 아니다. 구글이 최근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모듈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는 기존 스마트폰의 개념을 뒤바꾼 것이서 '혁신적'이라는 찬사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혁신의 노력은 현재로서의 기술적인 한계와 시장성 문제로 사실상 멈추게 됐다. 구글은 이윤을 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은 아이폰7의 기능에 초점을 두고 이전 버전이나 다른 스마트폰과의 '특징'을 구분하려는 반면, 국내 언론은 유독 애플의 '혁신'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 컴퓨터를 만드는 스티브 잡스 (사진=팀쿡 트위터)
◇ 왜 애플에게만 '혁신'을 강요하나

먼저 애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를 갖고 있었고, MP3 플레이어를 휴대전화기와 통합시키고, 무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 손에 들어오는 기기에서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을 대중화 시켰다. 다른 산업에도 미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애플은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두번 째는 우리의 시각이다. 미국은 실용주의(Pragmatism) 성향이 강한데, 관념에 집착하지 않고 '결과적인 특성', 즉 실제적인 의의를 따지는데 더 집중한다. 그래서 미국 언론들은 아이폰7에 대해 이전 버전이나 다른 제품들과의 '특징(Feature)'을 구분하는데 초점을 모은다.

반면, 우리의 경우 '치레적' 성격의 체면(體面)이 중시된다.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지위와 신분, 상징을 통해 상호간 체통을 세워주는 권위지향적인 관습의 형태다. 그렇다보니 실리적인 것보다 대표성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애플이 '혁신의 아이콘'이고 그것에 근거한 '혁신적인 대표성'을 지키지 못하면 거세게 비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이 우리가 '혁신의 아이콘' 애플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물론 '혁신의 아이콘'도 한국 언론이 붙인 수식어에 불과하다. 아이콘(icon)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일종의 전자 그림이다. 특정 프로그램을 구분하는 '대표상(像)'이라는 개념에서 따온 것이 '아이콘'이다.

최근 애플이 추구하는 혁신의 방향은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생태계(ecosystem)'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은 물 흐르듯 실행되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폰, 그 이상의 새로운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 기업들의 몫이다. 이미 애플이 만들고 있는 컴퓨터나 노트북, MP3플레이어, 스마트폰은 더이상 혁신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적인 작용 또는 과정의 산물로 새로운 방법이나 아이디어를 끊임 없이 제시하고 제품화 하는 노력은 많은 기업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하지 않으면 더 새롭고 더 좋고 더 저렴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기업은 도태되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이자 별종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새로운 제품을 마치 동물이나 수레를 대체한 자동차를 개발한 것처럼 우리 삶의 일부로 만든데서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받을만 하다.

한편으로는 과거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리 대표기업 삼성의 혁신성을 의심하고 비판했던 '눈 뜬'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더 좋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고, 최근 불거진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게이트 문제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태초의 혁신은 인간이 더 잘 살기 위해 불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만들면서 시작된 것처럼 혁신의 눈높이는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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