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2012년 8월 3일 오후 6시부터 7시간 동안 방씨와 공범 이모씨에게 골프채 등으로 500여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방씨는 키가 195cm에 달하는 거구의 운동 선수로, 이 정도 폭행이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처음 폭행 시점'이라고 지목된 2012년 8월 3일보다 나흘 뒤인 8월7일자 김씨의 멀쩡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제시됐다. 김씨는 폭행시점이 7월 중순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과학수사 대신 '목격자' 의존한 경찰
경찰은 과학적 수사보다는 뒤늦게 나타난 목격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사를 했다.
2013년 1월 가해자와 피해자 간 진실공방이 있기 때문에 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던 경찰은, 목격자가 등장하자 단 한번의 피고인 대질조사 없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하는 혈흔 DNA 검사도 하지 않았다. 김씨의 주장 대로라면 당시 사무실과 '도구'로 언급된 골프채 등에서 나온 혈흔 DNA와 방씨 등의 DNA가 일치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했다.
폭행사건 발생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김씨가 받은 진료에서는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상 없음 진단을 받았던 점도 경찰은 의심쩍게 보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서울대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에서 받은 '코뼈 골절' 등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 진단서는 8월 20일 작성된 것으로 3주 전쯤(8월 초) 폭행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폭행 날짜는 공란으로...경찰 고소장 조작 의혹
갑자기 등장한 증인 역시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목격자인 A씨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 3월 나타나 경찰 조사에서 "방씨가 A씨를 때리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이 주장을 인정해 같은 달 20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방씨의 혐의가 인정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최초에 경찰에서 진술할 때만 해도 A씨의 존재를 제대로 몰랐는데, 재판부에 제출된 고소장에 A씨의 목격자 진술서가 첨부돼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피해자 김씨의 경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A씨가 자신이 맞는 것을 직접 봤다고 진술하면서도 A씨 부부를 A씨와 '다른 부부'로 분리하며 혼선을 보였다.
또 재판에서 언제 목격자 진술서를 제출했는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김씨는 "경찰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고소장에 목격자 진술서가 첨부되고 조작되는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씨는 법정에서 "농구선수 방씨가 김씨를 폭행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방씨를 찾아보라"는 주문에 함께 기소된 이씨를 방씨로 알고 잘못 지목하기도 했다. 이씨와 방씨는 당시 피고인석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키를 가늠할 수 없었다.
애초 손글씨로 쓰였던 고소장이 컴퓨터로 작성된 고소장으로 바뀌었다는 의혹, 고소장에 유독 사건 당일 등 중요한 시점만 추후 기재해 넣을 수 있도록 공란으로 처리돼 있던 부분도 의혹 대상이다.
한 법조인은 "일반적인 고소장의 형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피해자 이해 맞아 '짬짜미' 했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B씨는 '최초에 없던 목격자 진술서가 추가되는 등 고소장 조작 의혹에 대해 "이미 검찰에 송치한 내용이고,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