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합의안 부결' 왜? "미래보다 당장의 현금이 중요하다"

(사진=울산CBS 자료)
현대차 노조원들이 '반대 78.05% 대 찬성 21.9%'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잠정 임금 협상안을 부결시킨 데에는 미래의 문제인 임금피크제 확대 차단보다는 당장의 현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는 27일 전체 조합원 4만9665명을 대상으로 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4만5777명(투표율 92.17%) 가운데 3만5727명(78.05%)이 반대해 부결했다고 밝혔다. 찬성은 1만28명(21.9%)에 그쳤다. 현대차 역대 최대의 반대, 역대 최저의 찬성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당초 이번 잠정 협상안의 성과로 "회사가 밀어붙인 임금피크제 확대를 철회시켰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일반 조합원들에게 크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현대차의 한 노조원은 "현대차의 경우 정년 60세로 59세부터 2년 동안 임금피크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노조 집행부가 임금피크제의 확대 시행을 차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해당자가 소수이고, 일반 노조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래의 일거리가 줄어드느냐 여부 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받는 현금이었다.

현대차 노사가 이번에 합의한 '임금 5만 8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300만원'안이 2014년 '임금 9만 8000원 인상과 성과금450%+890만원', 2015년 '8만 5000원 인상과 400%+400만원'안에 비해 훨씬 못미친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다른 노조원은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와 각종 잔업 폐지 등 근무시간의 감소에 따라 가져가는 돈이 줄어드는데, 5만 8000원 인상안으로 합의를 한 것은 사측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임금 인상 규모를 놓고 노사간의 재교섭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의 추가 요구사항은 30일 열릴 것으로 전해진 노조 중앙 쟁대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29일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회사가 밀어붙인 임금피크제 확대는 투쟁으로 철회시켰지만, 임금성 부분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야기시키면서 기대에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올해 임금협상 투쟁과 부결된 잠정합의안에 대한 평가와 진단에 대한 고언을 듣고 향후 조합원 요구를 바탕으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곧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교섭 재개와 쟁의 전술, 파업 투쟁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경우 노사 잠정안이 부결됐던 2008년에는 재협상을 하던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불신임을 받아 총사퇴를 하기도 했다.

현 노조 집행부도 80% 가까운 노조원의 반대로 운신의 폭이 줄어든 상황이다. 추석 전에 재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2012년 영업이익 8조 4406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영억이익이 감소해 올 상반기의 경우 지난해보다 7%이나 줄었다.

반면 현대차 임직원들의 평균연봉은 2004년 4900만원에서 지난해 96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세계 1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9062만원, 일본 도요타의 8351만원보다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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