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5. 2016년 우리는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6. 불신, 이래도 안 하실 겁니까? / '불신의 힘'
7. 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 '15분'
8.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 '광장의 왕'
9.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과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 / '이반 검열'
10. “내 정보는 이미 팔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 '삐끼ing', '금지된 장난'
11. ‘안정’이라는 질병에 대한 처방전 / '흔들리기'
(계속)
어른들은 그런 나를 보며 ‘아이고, 착하다’ ‘예쁘다’ 등의 칭찬을 했고 나는 그 말들에 기분이 좋아져 내가 무슨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착하니까 좋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네. 계속 착하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 안정이 주는 평화와 마음의 고요가 겉으로만 그런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하다는 말이 폭력적으로 들리기 시작했고 안정 속에 있어야 하는 마음의 고요 대신 마음속에 어떤 병이 도지는 것만 같았다. 안정이라는 환상 속에서 곪아가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안정이 새로운 질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극단 놀땅의 연극 '흔들리기'는 마치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배우와 연출이 올라갈 연극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같아 보였다. 각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환경이 다르듯이 그들 각자가 생각하는 것과 방식 또한 달랐다. 검열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에 대해 누군가는 함께 행동해야한다고, 누군가는 검열은 싫은데 그렇다고 굳이 내가 행동을 해야 하는 거냐고.
공연을 보면서 대화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 때 답답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그게 그 누구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졌다.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인데 그걸 인정하는 것이 이리 어려울까. 나와 다르게 네가 있으면 너는 힘들고 위태로울 것이라는 그 생각을, 그 생각 자체를 흔들어본다. 서로를 더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의 생각들을 흔들어본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정해진 방향에서 눈을 돌려 다를 곳을 보면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해본다.
“정해진 방향은 없어, 그저 바라보는 방향대로 뻗어나갈 뿐.”
현림 /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