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4일 각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 치유재단에 10억엔(약112억원)을 출연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의 출연금 지급이 완료되면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른 일본 측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장관의 말은 일본 측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고, 국제적으로도 더 이상 문제제기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합의를 보면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10억엔 출연)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돼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한일 관계를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28 합의 직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뤄내 결과"라고 평가했고, 올해 1월 대국민담화에서는 "위안부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이 가시화되면서 또 한 차례 국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출연금의 성격부터 문제다. 일본 정부는 출연금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료와 간호 등에 사용되는 것을 상정하는 등 배상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생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반영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이행조치"라고 출연금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어 일본 정부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와 시민단체들은 "피해자의 권리를 한낱 돈의 문제로 전락시켰다"며 한일 정부의 합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강제 연행 자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12·28 합의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은 "정부가 발견한 자료 가운데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스기야마 신스케 심의관의 주장을 영문판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12·28 합의와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중차대한 역사적 문제를 푼 돈에 넘기고 국내 갈등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