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논란 장기화에 식물정치 우려…새누리는 '진퇴양난'

野 한달여 사퇴 공세에도 靑 버티기 일관…與 내부도 불만 확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유튜브 캡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청와대가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정국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야당은 지난달 18일 언론보도를 통해 우 수석의 가족과 넥슨코리아 사이의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의혹이 추가되자 한 달 넘게 사퇴 공세를 지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검찰 수사의뢰로까지 사태가 확대되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지난 19일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정보 누설 의혹’에 초점을 맞춰 역공에 나섰고, 야당은 ‘본말전도’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는 22일 들어서는 우 수석 문제 자체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회의를 잇따라 주재했지만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마치 의도적인 침묵과 무시 전략으로 야당의 힘빼기에 나선 형국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나타났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진박’으로 분류되는 정종섭 의원이 우 수석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을 뿐, 그 외 누구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문제는 우 수석 문제가 아무런 진전 없이 여야 대립구도만 격화시키면서 긴급한 민생현안인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나 사드(THAAD), 검찰 개혁 등의 주요 현안까지 장기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사정이 이렇자 여당 내에서조차 우 수석 경질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이정현 신임 지도부는 청와대와의 수직적 당청관계에 매여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이정현 대표의 임기 첫날인 지난 10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맞서는 게 정의라고 인식한다면 여당 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여당의 정체성을 정의한 순간부터 감지됐다.

이처럼 청와대 ‘해바라기’를 자처하면서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재량권이 제한됨에 따라 협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추경안 통과가 난항을 거듭하는 이유는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과 관련,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포함 여부가 쉽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국민만 보고 가겠다”던 이 대표가 실제로는 박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자조적 비판론과 함께, 이를 반영해 ‘당무수석’이란 이 대표의 새로운 별명까지 생겨났다.

당내 불만이 계속 확대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청와대에 더욱 의지하게 되는 악순환을 낳을 공산이 크다.

김용태 의원(3선)은 “이 대표는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한 몸이라고 하지만 당은 민심을 먹고 사는데, 민심을 살피지 않고서는 대통령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정작 힘을 쓰지 못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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