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③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④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⑤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⑥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⑦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⑧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⑨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⑩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⑪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⑫ '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⑬ 만약 '검열'이 내게 닥친 일이었다면, 내 선택은?
⑭ “태어나면서부터 내재된 자기검열의 벽…균열 가해야”
(계속)
제한적이며 폐쇄적인 공간인 열차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열차 안에서 차장과 승무원은 승객에게 제도적 검열을 가한다.
하지만 이 공연은 제도적 검열보다 자기 검열이 주된 이야기이다.
백석현(37) 연출은 "열차 안을 배경으로 서울로 취업 면접을 보러가는 명문대생과 지방대생의 이야기를 통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 안에 내재된 자기 검열의 단면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출의도에서 "등장인물들의 수용-판단-선택은 대부분 내면적 자기검열을 거치고 있다"며 "우선은 이 검열의 근원을 파악하고 작동원리를 탐색해야 검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힌다.
이어 "그 이상의 참 자유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습적 사고체계를 거부하고 전복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맴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백석현 연출과 1문 1답.
= 2011년 7월 창단 공연을 하면서 만들어졌다. 배우의 행동연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연극의 고유성과 연극적 상상력을 탐구해가는 단체이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신체행동연기 메소드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추구한 연출가와 배우들의 예술적 가치를 확인하는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은 연기술, 텍스트, 인간과 사회, 연극과 극장에 대한 고민들에서 자유롭게 시작된다. 시작부터 공연이 되기까지 준비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따라 변화하고 최적의 제작과정을 찾아내며 접근하고 있다. 내가 대표 연출이지만, 나와는 다른 연극성을 추구하는 연출가 3명이 더 있다. 그래서 하나의 색깔만 갖고 있지 않은 극단이다.
이번 5년차를 지나며 극단 10년차까지는 어떤 것도 규정하지 않고 상상되어지는 것들과 원하는 것들을 무대화시키는 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흥행한 작품은 없는 것 같고(웃음), <살아남은 자들>이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아서, 2년 뒤 대학로예술극장 초청돼 상대적으로 많은 관객을 만났다. 창단공연인 <설해목> 경우, 재공연도 하고, 한일 신진연출가 교류에 초청돼서 공연하기도 했다.
▶ 이번에 '검은 열차'를 올린다. 어떤 내용인가.
= 안정민 작가의 작품을 받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가기 위한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자기검열의 순간을 포착해 이야기로 풀어간다. 주인공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취업준비생 두 명이다. 한 사람은 명문대를, 다른 한 사람은 지방대를 졸업했다. 최고 학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딘가 비관적인 명문대 졸업생은 첫 면접을 보러 가는 길, 낙관적이고 능동적이지만 지방대를 졸업한 다른 이는 실은 일곱 번째 취업 면접을 보러 서울에 가는 길이다. 작품은 이들을 통해 자기 현실적, 은폐적 검열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밖에 열차를 통해서는 국가와 자본의 검열을, 차장과 승무원을 통해 승객에 대한 제도적 검열을 가미했다.
▶ 주로 '자기 검열'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 '자기 검열'은 가시적인 검열보다 오랜 시간 진행되면서 축적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내재된 거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의 검열이 매순간 이뤄지는데, 그런 순간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가 의도는 조금 더 큰 사안인 것 같다. 작가는 이 사회가 기능적으로 잘 운영되는 듯하나, 실제로 무기능하다고 본다. 이런 시스템에서 시민은 나약해지고 다른 일에는 무관심해진다. 외면과 무관심한 태도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의 잔인성, 그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 요즘 열차 이야기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웃음) 폐쇄적이고 제한된 공간이고, 열차는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데 열차 안에 탄 사람은 열차가 빠르다는 걸 못 느낀다는 점이 지금 사회와 비슷하다. 작품은 설국열차와는 전혀 다르다.
▶ 검열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 지난해 팝업씨어터 사태를 주변에서 바라보다가, 같은 동인인 전윤환 연출이 현장에서 대응하는 시위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을 보게 됐다. 검열 문제 당사자인 3명의 젊은 연출과 전 연출까지, 같은 세대 연출가들의 문제라 일단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했었다.
▶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극장에 와서 공연을 보는 동안, 관객의 모든 선택이 자유로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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