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5% 도박중독 위험…청소년끼리 도박자금 고리사채로 공급

스마트폰으로 때와 장소 안 가리고 도박…"어른 관심 필요"

대전 충청지역 중·고등학생 10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도박중독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끼리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챙기기도 하는 등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가 점차 심각해 지고 있다.

18일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대전·세종·충남·충북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1천533명을 대상으로 지난 3개월 동안의 도박 경험을 조사한 결과 1.1%가 도박중독 'Red'군으로 확인됐다.

센터 측은 청소년들을 도박중독 수준에 따라 Red, Yellow, Green으로 분류했다.

Red군은 도박 행동으로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로, 성인 도박 '문제군'과 유사하다.

Red군보다 중독 수준은 약하지만, 도박에 과하게 의존한 상태인 'Yellow'군은 전체의 4%로 조사됐다.

Yellow군은 도박에 투자하는 시간과 금액이 늘고 도박행동 및 결과를 숨기며, 개인의 조절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도박에 몰입한 상태다. 'Green'은 도박중독 위험이 없는 상태다.


통상적으로 Red군과 Yellow군을 합친 5.1%를 '도박중독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 1년간 도박 경험을 토대로 산출한 성인 도박중독 유병률이 5.4%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 3개월 동안의 도박 경험으로 조사한 청소년 유병률 5.1%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불법 사행성게임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청소년들이 쉬는 시간, 이동시간에 사행성 게임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이런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들이 경험한 도박 종류는 불법 스포츠토토, 사다리게임 등 불법 사행성 게임과 도박성이 있는 온라인게임 등으로 다양했다.

일부 학생들은 도박자금을 마련하려고 인터넷 사채카페에서 돈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미성년자가 사채를 쓰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최근 일부 대전 지역 고등학교 1∼2학년 학생 사이에서 불법 사행성게임 '총판' 역할을 하거나, 도박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붙여 받는 무리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판은 불법 사행성 게임 사이트에 친구를 소개할 때마다 게임 업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돈을 받는다.

총판 한 명이 한 달에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까지 대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또래끼리 도박자금이 필요하면 서로 돈을 빌려주고, 일정 수준의 이자를 더해 돈을 다시 받는 유사 사채까지 등장했다.

돈을 못 받는 경우는 실제 사채업자처럼 채무 학생의 집에 찾아가 돈을 받아내는 추심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어른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관계자는 "어두운 도박장에서 화투를 하는 것만이 도박이 아니다"라면서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해 도박이 청소년의 생활에 가까이 다가온 만큼 청소년 도박중독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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