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지난주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5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2050선을 돌파했다.12일 코스피 지수는 2050.47였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에다 외국자본의 대거 유입으로 급증한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과 유럽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로 세계 금융시장에는 돈이 넘쳐나고,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도 12월이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세계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위험자산회피심리가 약화되면서 경제의 펀드멘탈(기초체력)이 튼튼하면서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인출이 용이한 우리나라에 외국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사(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한 후 외국인들은 지난 한 주간 코스피에서 6천425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유입되는 자금 중에는 단기 투기성 자금도 적지 않아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부충격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면서 면밀히 주시히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시장도 이상 신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름 비수기도 잊고 호황세가 지속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주택거래량은 9만 5천578건으로 작년(11만675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이달에도 분양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8월 분양 예정 물량은 3만2천289가구로 지난 3년 평균(2만1천297가구)보다 34%나 많다.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고분양가도 문제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평당 5천만원이 넘는 분양가로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거절되는 일이 빚어졌다. 부동산 거품을 알리는 전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 양상 속에 가계부채는 정부대책을 비웃으며 급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은 673조7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3천억원 증가했다. 2010~2014년 7월 평균 증가폭(2조원)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것이 다시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정부가 지난 2월부터 대출심사 강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자산가격 상승을 떠받치며 급증한다는 것은 거품이 비례해서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자산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원론적인 표현으로 자산시장의 거품 가능성을 우려했다.
돈을 풀면 실물경기가 함께 살아나고, 물가상승률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자산의 거품화를 완충하고, 부채 부담도 경감되는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회복세가 여전히 저조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적정(2%)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1% 안팎에 머물러 있다. 거품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밀려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은 자산거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자산버블은 우리경제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분양 아파트의 입주 시점 등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가계부채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의 불안과 함께 채무불이행자의 대량 양산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자산가격 거품과 가계의 소비 여력 감소로 향후 상당 기간 경제성장의 발목이 잡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