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가 수능 위주인 정시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학생은 정시보다 수시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내신 관리에 더 엄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15일 '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고려대 이기혜·최윤진) 논문을 보면,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고 가구 소득이 많은 집단에서 정시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제일 낮은 분위 집단에서 전형별 대학진학률(정시·수시는 일반전형 기준)은 정시 44.8%, 수시 42.1%, 입학사정관전형이 13.1%였다.
이런 비율은 2분위에서는 정시 51.2%, 수시 37.7%, 입학사정관 11.1% 였고, 3분위에서는 정시 61.9%, 수시 30.7%, 입학사정관 7.3%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이 가장 높은 4분위에서는 정시 55.3%, 수시 37.8%, 입학사정관 6.9%로, 대체로 소득이 높을수록 정시 진학률이 올라갔다.
부모의 학력을 기준으로 보면, 고졸 이하 집단에서는 정시 48.4%, 수시 41%, 입학사정관 10.6% 순이었지만, 전문대졸 이상 집단에서는 정시 56.8%, 수시 34.1%, 입학사정관 9.1%로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정시 진학률이 높았다.
이런 결과는 가구 소득이나 부모의 학력 수준이 수능시험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는 정시 전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의 연구에서도 정시에 진학한 학생이 수시에 진학한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더 지출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정시 전형은 흔히 수능 전형으로 불릴 만큼 수능시험의 반영률이 타 전형보다 높으므로 사교육에 영향을 받는 정도도 그만큼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논문은 "사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정시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이다. 부모의 학업지원, 설명회 또는 컨설팅 참여 여부는 정시로 대학에 입학하는데 유의미한 결정력을 갖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현재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불리는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가정의 사회적 지위나 부모의 대학지원 활동 중에 논술 사교육만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논술 사교육을 받은 경우 정시 대비 입학사정관 전형의 승산비(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가 3.53배 높았다. 논술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한편, 정시보다 수시의 진학 가능성을 높이는 데는 성별과 미래목표에 대한 인식, 내신등급과 수능성적, 논술 사교육 여부 등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학생일 때, 정시 일반전형 대비 수시 일반전형의 승산비가 1.54배 높았다.
수시가 정시보다 내신 반영률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고교 내신을 관리하는 데 여학생이 더 유리할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논문의 분석이다.
또한, 학생의 장래 목표에 대한 인식이 확고할수록 수시로 진학할 승산비는 정시의 0.78배에 불과했다. 목표에 대한 인식이 확고한 학생이 수시보다는 정시로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내신이 높은 학생은 상대적으로 정시 대비 수시에 대한 승산비가 1.85배 높지만,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은 수시로 대학에 진학할 확률에 비해 정시로 대학에 갈 확률이 7% 정도 높았다.
내신등급은 수시 일반전형을 통한 입학 가능성에, 수능성적은 정시 일반전형을 통한 대학입학 가능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변인이라는 결론이다.
논문은 "최근 대입전형 정책이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점차 정시 비중을 줄이고 수시에서도 수능 영향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상황은 이런 연구결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신과 비교과 활동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문제도 소홀히 취급할 수 없으므로 정시 비중 축소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 데이터를 이용, 2011학년도 대학 입학자와 2012학년도에 재수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 총 2천103명의 표본을 분석한 것으로, '한국교육학연구'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