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금속공예의 정수'…일본서 보물급 거울걸이 발견

"12세기 제작 추정"…은입사·은제도금 기법 혼용최응천 동국대 교수, 아이치현미술관 기무라 컬렉션서 확인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의 미술관에서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급 거울걸이(鏡架)가 발견됐다.

불교미술사를 전공한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아이치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무라 데이조(木村定三) 컬렉션에서 높이 56.4㎝, 폭 42.1㎝인 고려 거울걸이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거울걸이는 두 개의 사각 틀을 교차해 접고 펼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다. 고려 거울걸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3점,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에 각각 1점 등 5점밖에 없는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그중 상태가 온전하고 가치가 뛰어난 유물은 2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금속으로 만든 거울걸이는 고려시대 최상류층만 사용한 생활용품"이라며 "일본에서 찾은 거울걸이는 아이치현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으며, 일반에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치현미술관에서 거울걸이를 살폈던 구보 도모야스(久保智康) 전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공예실장은 "기무라 컬렉션에는 한국과 중국의 우수한 금속공예품이 있는데, 이 가운데 백미인 작품이 고려 거울걸이"라며 "고려 거울걸이는 한국에서도 희소가치가 있고 귀중한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치현미술관의 고려 거울걸이는 기증 당시 파랗게 녹이 슬어 있는 상태였으나, 1년 6개월간의 보존처리를 거쳐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화당초(蓮花唐草)와 모란당초(牡丹唐草) 문양을 드러냈다.


이 거울걸이는 뼈대 부분은 철제 금은입사(金銀入絲) 기법으로 만들어졌고, 다리 끝 부분과 거울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연꽃 봉오리는 은제도금 타출(打出) 기법으로 제작됐다.

철제 금은입사는 철로 형태를 잡은 뒤 금실과 은실을 이용해 문양을 새기는 세공법을 뜻한다. 입사 기법은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크게 발달했으며 고려시대에는 정병이나 향로 등에 많이 사용됐다.

은제도금 타출 기법은 은에 금을 입힌 뒤 안쪽에서 두드려 입체감 있는 문양을 남기는 방법이다.

최 교수는 "고려시대 금속공예품은 은입사에서 은제도금으로 나아갔는데, 두 기법이 혼용된 거울걸이는 우리나라에는 없고 아이치현미술관 소장품이 유일하다"면서 "비록 출토지를 알 수 없지만, 제작 시기는 12세기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속공예의 모든 기법이 망라된 수작이자 최고의 기량이 발휘된 고려 전성기의 작품"이라며 "귀족적인 면모를 띠는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라고 할 만한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에는 아직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우리 금속공예품이 많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거울걸이 발견을 계기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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