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당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달래고 수직적 당청관계를 건강하게 되돌려놓는 등 만만찮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당권 가도에서 불거져 나온 세월호 보도개입 파문도 떼어내야 할 꼬리표다.
◇ 계파 청산 가능할까
이 대표는 9일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 친박, 비박 그리고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며 계파 청산을 선언했다.
친박과 비박으로 갈린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강한 추진력과 열정, 뚝심으로 무장한 이 대표가 첫 일성으로 강조한 내용인 만큼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친박이 패권을 휘둘러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비박의 소외감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도 풀리지 않았다. 당 대표 뿐만 아니라 최고위원단도 강석호(3선) 의원을 제외하고는 친박 일색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원조 친박'인데다 친박의 전폭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다. 계파 청산을 실현할 구조적 여건이 미비한 셈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계파 선거를 치러놓고 계파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며 "앞으로 계파 갈등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극적인 당선은 호남 출신 비주류 신화에도 불구하고 '도로 친박당' 비판을 낳고 있다.
선거 전략상 실책이 있었다 하더라도 4.13총선 이후 친박 비판론이 비등한 마당에 비박이 거둔 성적표 치고는 참담함에 가깝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비박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전례가 없다시피 하다.
따라서 비박은 당분간 수면 아래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김영우(3선) 의원은 "계파 문제는 이제 일단락됐고, 새로운 당 지도부에 대해 누구도 뭐라할 수 없다"면서 "계파 싸움보다는 협조하면서 당의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도 주요 당직 인선에서 탕평책을 통해 계파갈등의 빌미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 김태흠(재선) 의원은 "이 대표는 당내에서 아웃사이더로서 주류만 쓰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능력과 지역을 안배한 탕평인사를 하는 데 있어 좋은 여건과 기반이 갖춰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친박·비박의 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고 대선이 가까워오면 친박 내 분화현상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임계점은 이 대표가 당청관계에서 중심을 잃고 청와대 입김에 다시 끌려가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앞으로 새누리당의 모든 판단 기준은 오직 국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한 기대를 낳게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집무 첫날 보여준 모습은 벌써부터 이런 기대를 벗어나고 있다.
그는 10일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다"면서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취임인사차 예방 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대통령과 정부에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원으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과 기존 정치틀을 깨는 '망치 정치' 등을 표방하며 당의 혁신을 주도하고 여의도 정치의 문법까지 바꾸려 진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정치'의 짙은 땀 냄새와 이미지 효과를 넘어, 보다 고차원의 정책과 비전은 아직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대표가 친박의 견제와 청와대의 압력을 이겨내려면 확고한 명분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의원은 "(임기말) 당 지도부는 대선을 관리하는 관리형일 수밖에 없고,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마무리 하는 협조관계가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 세월호 보도개입 꼬리표도 골칫거리
경선 과정에 돌출돼 이 대표를 괴롭혔던 KBS 세월호 보도 개입 파문은 전당대회를 끝으로 일단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어찌됐든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상 당내에선 더 이상 문제 삼기 힘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야당과의 관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이정현 체제가 야당과의 협조보다 청와대 편들기로 기울어진다면 야당은 보도 개입 파문을 ‘약한 고리’ 삼아 재론할 가능성이 높다.
최창렬 교수는 "아직 클리어(해결)가 안 된 것이기 때문에 항상 꼬리표로 따라 붙을 것"이라며 "야당으로선 적절한 계기마다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