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5. 2016년 우리는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6. 불신, 이래도 안 하실 겁니까? / '불신의 힘'
7. 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 '15분'
8.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 '광장의 왕'
9.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과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 / '이반 검열'
(계속)
‘이반’은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일반인과 상대적인 존재로 보고 풍자하는 용어라고 한다. 한자로는 이반(二般), 또는 이반(異般)으로 쓴다고. 이 연극의 무대장치는 단순했다. 벽에 부착된 작은 태극기 하나와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네 개의 책상과 의자뿐.
연극이 시작되자 이반, 시선, 학교, 검열이라는 글자들이 지나갔다. 이반. 즉 동성애자들이 학교와 가족 그리고 주변에서 당하는 시선, 그 모멸감과 절망감을 문어체 문장인 ‘-습니다’로 진술하듯 대사를 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아이들이 죽어갔는데, 살아온 아이들에게도 가만히 있으라고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세상. 언젠가 세월호 유족들이 서명해 달라고 소리치던 곳에서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버럭 고함을 지르던 한 아저씨가 생각났다. 검열관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세상이다.
배경 음악으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과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이 시차를 두고 들려왔다. 대한민국의 민낯은 어느 쪽일까? 음반 사전심의에 맞서던 정태춘의 뜻과 이 연극의 뜻이 일치한다는 생각도 하였다. 다시 네 개의 책상과 의자가 배열되고 무대는 조용해졌다. 동성애자들과 세월호 유족과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혼합되어 진술되면서 연극은 끝난다.
연극의 대사는 주로 ‘–습니다’라는 문어체 문장으로 처리되었다. 대화가 어려운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박제화된 생각들. 동성애자나 세월호 생존자들은 그 생각들에 심문 당하면서 자신들의 아픔을 호소하고 진술한다는 느낌이었다.
배우들은 문어체 문장일 때는 관객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당신들도’라 말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약자이면서도, 그들에게 일상적 가해자들일 수도 있는 바로 우리!
부당한 검열의 역사는 언제 끝날 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거센 물살을 헤치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떼처럼 살아야 할 것이다. 힘들지만 기 죽지 말고 잘 헤쳐 나가자.
이혜경 / 58년 개띠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