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강풍 변수? 韓에 미풍이면 상대엔 태풍이었다

여자 양궁, 8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 위업

8일(한국 시각)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8회 연속 금메달을 일궈낸 기보배(왼쪽부터), 장혜진, 최미선.(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8일(한국 시각) 브라질 삼보드로무 경기장. 이날은 오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비단 경기장 부근이 아니라 리우 시내 전체적으로 그랬다. 메인미디어센터(MPC)에 설치된 천막이 쓰러질 정도였다.


경기장에도 모래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들이닥쳤다. 매점 근처에 마련된 탁자는 물론 실내인 기자실 안까지 천막 틈 사이로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이날 리우의 풍속은 초속 2m 안팎이었다. 대회 전부터 우려됐던 바람 변수였다.

경기장 안에는 초속이 1m 이내로 나타났지만 영향이 없지 않았다. 멕시코-대만의 8강전에서는 1세트 12발 중 노란 원 밖 빨간 원 부분인 8점, 7점대가 절반이 넘는 7발이나 됐다. 멕시코 선수는 4세트에서 빨간 원 밖 파란 부분 5점을 쏘기도 했다.

실제 경기장에는 바람이 사대 쪽으로 향해 강하게 부는 편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반대 방향이 되기도 했고, 방향을 종잡기가 쉽지 않았다. 세계 최강 기보배(광주시청), 최미선(광주여대), 장혜진(LH)이라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

전날 남자 단체전에서 6발을 모두 10점을 쏘며 금메달을 이끈 구본찬(현대제철)은 "어제보다 바람이 훨씬 많이 불고 방향도 다르다"면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니 7점, 5점도 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경우 정조준이나 바람에 맞춘 오조준 등 자신에 맞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서 "초반 바람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가 열린 8일(한국 시각) 삼보르로모경기장에 바람이 불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리우=노컷뉴스)
하지만 주몽의 후손들에게 리우의 강풍은 의미가 없었다. 올림픽 단체전 8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여자 대표팀에게 바람은 그저 미풍에 불과했다.

전날 금메달의 감격을 맛본 박채순 남자 대표팀 감독은 "바람 때문에 우리가 8점을 쏘면 상대는 7점, 6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인 한국 양궁이 영향을 받는다면 다른 선수들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대표팀에게 미풍이었던 바람은 상대에게는 태풍이었다.

사실 한국 선수들도 일본과 8강전에서 초반 살짝 영향을 받는 듯했다. 1세트에서 8점을 2발 쏘면서 일본에 54-54 동점을 허용한 것. 그러나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고 이후 안정을 찾아 2, 3세트를 이겨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이미 적응이 될 대로 된 터였다. 1세트 6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며 대만을 10점 차로 누르며 기세를 올렸다. 결국 5-1(60-50 53-53 56-52)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러시아와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여전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세트 장혜진이 9점으로 출발한 대표팀은 최미선, 기보배가 10점을 쐈고, 두 번째 발은 모두 10점을 적중했다.

반면 러시아는 강한 바람과 최강을 상대하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8점 2발은 물론 6점까지 쐈다. 대표팀이 1세트를 58-49로 가져가면서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 2세트도 대표팀은 55-51로 우세였다.

결국 대표팀은 러시아를 5-1(58-49 55-51 51-51)로 누르고 8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런던 대회 2관왕 기보배는 2회 연속 금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리우의 바람은 강하게 불었지만 한국 선수단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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