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경기장 부근이 아니라 리우 시내 전체적으로 그랬다. 메인미디어센터(MPC)에 설치된 천막이 쓰러질 정도였다.
경기장에도 모래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들이닥쳤다. 매점 근처에 마련된 탁자는 물론 실내인 기자실 안까지 천막 틈 사이로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이날 리우의 풍속은 초속 2m 안팎이었다. 대회 전부터 우려됐던 바람 변수였다.
경기장 안에는 초속이 1m 이내로 나타났지만 영향이 없지 않았다. 멕시코-대만의 8강전에서는 1세트 12발 중 노란 원 밖 빨간 원 부분인 8점, 7점대가 절반이 넘는 7발이나 됐다. 멕시코 선수는 4세트에서 빨간 원 밖 파란 부분 5점을 쏘기도 했다.
실제 경기장에는 바람이 사대 쪽으로 향해 강하게 부는 편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반대 방향이 되기도 했고, 방향을 종잡기가 쉽지 않았다. 세계 최강 기보배(광주시청), 최미선(광주여대), 장혜진(LH)이라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
전날 남자 단체전에서 6발을 모두 10점을 쏘며 금메달을 이끈 구본찬(현대제철)은 "어제보다 바람이 훨씬 많이 불고 방향도 다르다"면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니 7점, 5점도 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경우 정조준이나 바람에 맞춘 오조준 등 자신에 맞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서 "초반 바람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금메달의 감격을 맛본 박채순 남자 대표팀 감독은 "바람 때문에 우리가 8점을 쏘면 상대는 7점, 6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인 한국 양궁이 영향을 받는다면 다른 선수들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대표팀에게 미풍이었던 바람은 상대에게는 태풍이었다.
사실 한국 선수들도 일본과 8강전에서 초반 살짝 영향을 받는 듯했다. 1세트에서 8점을 2발 쏘면서 일본에 54-54 동점을 허용한 것. 그러나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고 이후 안정을 찾아 2, 3세트를 이겨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이미 적응이 될 대로 된 터였다. 1세트 6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며 대만을 10점 차로 누르며 기세를 올렸다. 결국 5-1(60-50 53-53 56-52)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러시아와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여전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세트 장혜진이 9점으로 출발한 대표팀은 최미선, 기보배가 10점을 쐈고, 두 번째 발은 모두 10점을 적중했다.
반면 러시아는 강한 바람과 최강을 상대하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8점 2발은 물론 6점까지 쐈다. 대표팀이 1세트를 58-49로 가져가면서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 2세트도 대표팀은 55-51로 우세였다.
결국 대표팀은 러시아를 5-1(58-49 55-51 51-51)로 누르고 8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런던 대회 2관왕 기보배는 2회 연속 금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리우의 바람은 강하게 불었지만 한국 선수단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