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배출가스 저감장치(DPF)를 부착한 노후 경유차가 늘어나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아예 DPF가 달려있는 중고 화물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치가 부착된 중고차를 샀다가는 자칫 수십만원을 덤터기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중고차 구매자는 거의 없다.
영업용 화물차를 구매하려고 인천의 한 중고차 매장에 들른 A(42)씨는 가급적이면 배출가스 저감 장치(DPF)가 부착된 화물차를 알아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서울 전역이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지역으로 지정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러나 A씨가 나중에 폐차를 할 때는 생각지도 못하게 수십만원을 덤터기 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바로 DPF 자부담금 제도 때문이다.
현재 배출가스저감장치 DPF는 정부가 비용을 90% 지원하고 10%는 자부담을 하고 있다. 자부담금은 대략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다.
그런데 처음부터 자부담금을 내도록 하면 장치 부착을 꺼리기 때문에,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제작사들이 자부담금은 나중에 폐차할 때 내도록 유예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자부담금 납부가 폐차 때까지 유예돼 있다는 사실은 자동차 등록증을 비롯해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결국 중고차 구매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다.
A씨는 “중고차를 살 때 미리 고지를 해주던가 중고차 값에서 빼고 판매를 해야지, 만약 아무런 고지도 없이 샀다가 나중에 자부담금을 내야한다면 덮어썼다는 생각 밖에 더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DPF장치는 폐차할 때 정부에 반납해야하는데, 이 반납증이 있어야만 자동차 등록말소를 할 수 있다. 사실상 자동차 등록말소 제도를 이용해 자부담금 납부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환경협회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자료를 모아 집계해보니, 협회는 이런 식으로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40개월 동안 7만건에 달하는 폐차 건에 대해 78억원이 넘는 자부담금을 걷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걷은 자부담금 가운데, 중간에 차주가 손바뀜을 한 뒤,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일선 폐차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환경부는 자부담금을 내지 않더라도 폐차 후 2주가 넘으면 반납증을 발급하도록 최근 협회에 지침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부담금 문제는 제작사와 차주 등 사인간의 관계여서 정부가 개입하기 힘들다”면서도 “최근 협회가 자발적으로 2주 뒤에 반납증을 발급해주는 안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일선 폐차장에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경기도의 한 폐차장 업주는 “자동차환경협회가 자부담금을 받아주면 폐차장에 1만원의 홍보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그런 지침이 있으면 일선 폐차장에 이미 다 고지가 됐을 것인데 아무 것도 내려온 것이 없다”며 "여전히 고철값에서 자부담금을 빼서 협회에 입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도권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이 확대되면 DPF 장치부착 차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인간의 거래일 뿐이라며 자동차환경협회에 지침만 주고는 손을 놓고 있고, 현장은 지금도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앞선 차주의 자부담금을 덮어쓰는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