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안부재단은 왜 '외상 입주'했나…출연금도 개인돈 '꼼수'

韓日 위안부 합의내용 마무리하고 관련 후폭풍 조기진화 의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당수가 반대하는 '화해·치유 재단(위안부 재단)'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개인 돈 출연이나 '외상 입주' 같은 각종 꼼수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는 지난해말 타결된 위안부 협상 결과를 서둘러 마무리 지어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도출 뒤 7개월 만에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했지만 일본 정부가 일괄거출하기로 한 자금 10억 엔의 지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돈의 성격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고,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 등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정부가 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한다는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 문구를 근거로 재단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각종 특혜와 꼼수를 이용해 재단 설립을 강행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의 '비영리법인 지정지부금단체 업무편람'에 따르면 ▲사업의 구체성‧실현가능성 ▲재정의 안정성 ▲사업의 공익성 등에 따라 재단 설립이 허가된다.

1일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화해·치유 재단 법인 설립허가 신청서에 따르면 재단 준비위원회는 A4용지 1장짜리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자금계획도 제시하지 못했지만 재단 설립이 허가됐다.

특히 재단설립의 기본요건인 출연금은 재단 준비위원장이었던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기부한 100만원으로 충당했다.

정부가 설립을 주도하는 재단 준비위원 중 한 명의 ‘개인돈’을 출연금으로 만들고 정부는 이 돈을 바탕으로 한 재단 설립을 허가한 것은 '특혜 중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호 변호사는 "기본재산이 100만원짜리 재단법인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가부 업무편람을 보면 향후 국가기관으로부터 받을 교부금이나 보조금을 기본재산으로 (재단 설립을) 신청하는 경우는 절대 (재단 설립) 허가를 해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일본 정부에서 돈이 들어올지 말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 설립을 허가해준 것은 굉장한 특혜고 편법"이라고 말했다.

일본 출연금에 재단 자금을 절대적으로 기대다보니 사무실의 임대료와 집기비용 등 기본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재단이 '외상 운영'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관에 따르면 재단은 서울 중구에 있는 V빌딩 사무실 한 곳을 임대하고, 책상과 의자, 컴퓨터 등 300만원 상당의 사무용 집기를 보유했지만 집기 및 사무실 임대비용은 지출하지 않았다. 재단이 외상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혜성 재단 설립 허가와 외상 임대 등 비정상적인 재단 운영에 대해 여가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일 정부가 한 약속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출연금(10억 엔은)은 당연히 거출돼야 한다고 보고, 이렇게 되면 재단 운영에 필요한 자산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봤다"고 재단 설립 허가 이유를 밝혔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약속한 만큼 출연금이 100만원에 불과한 점이나 사업계획서가 미비한 점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일정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2016년 예산에 10억 엔 출연을 반영했냐'는 질문에는 "외교부 관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한일 정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정부예산을 출연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실의 질의에 "자금 출연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일본 측과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재단의 외상운영에 대해서는 "계약서상 (운영비) 집행시기를 조금 조정하는 식으로 계약을 해놨다"며 "운영비가 아직 지출된 것은 아니지만 지출방식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서 조만간(할 것)"이라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삼화 의원은 "외교부 등 다른 부처는 재단법인 설립 기준(출연금)이 최하 5억 원인데 여가부가 이런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출연금)100만원에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허가했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집기의 외상 구입 등 전체적인 재단 설립 절차도 일반인이 보기에 쉽게 수긍할 수 없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관리운영비가 4억여원이 든다고 하는데 이 운영비 역시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정부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렇게 재단 설립과 운영을 강행한 배경에는 지난해 위안부 협상 내용을 조기에 마무리하며 관련 후폭풍을 조기 진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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