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때 '고백'은 광고의 의미로도 쓰였다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광고 언어의 힘', 7.28-11.27

현존하는 최초의 상업 광고인 1886년 2월 22일자 『한성주보』 의 '덕상세창양행고백'은 독일 무역 상사 세창양행이 조선에 들여오거나 취급할 물품의 목록을 한자로 된 단어와 문장으로 나열한 광고였다. 여기에 적힌 '고백告白'이 광고를 뜻하는 최초의 단어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보다 3년 앞선 『조선왕조실록』 1883년(고종20) 8월 30일자 기록에 인천항 개항과 관련하여 근대적 의미의 '광고廣告'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개화기 때 들어온 서구 문물에 대한 광고가 시작되면서 '광고'라는 단어도 함께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개화기 때 '광고'와 '고백'이 광고를 뜻하는 단어로 함께 사용되다가 1910년 이후 일본 광고의 영향이 커지면서, '고백'이라는 단어가 점점 사라지는 변화 과정을 전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30여 년 한국 광고의 역사를 우리말과 글의 관점에서 풀어낸 기획특별전 '광고 언어의 힘,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다'를
7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신문, 영상, 도면 등 광고자료 357점과 시대별 대표적인 광고 문구 283점 등 총 640여 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전시품 중에는 한국 최초의 상업 광고가 실린 1886년 2월 22일자 『한성주보』(신연수 소장), 1896년 11월 발간된 『독립신문』 국문판과 영문판 광고, 최초의 전면 광고인 '영국산 소다' 광고가 실린 1899년 11월 14일자 『황성신문』 등을 비롯한 개화기 신문 광고와 1930년대 유한양행의 '네오톤 토닉' 의약품광고 등 일제강점기 광고,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 광고 글자 표현에 힘썼던 고 김진평(1949∼1998)의 한글 디자인 도면 등 귀중 자료가 일반에 공개된다.

광고 언어는 '소리'와 '글자' 그리고 그 내용을 표현한 '글자 디자인'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질 때 광고는 최고의 '말맛'과 '글멋'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번 기획특별전은 총 4부로 구성되며 광고 언어의 주요 특징인 '말'과 '글'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1부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 언어>에서는 개화기부터 1945년까지 주요 광고를 통해 광고 언어의 발달 과정을 살펴본다.

2부 <광고 언어의 말맛>에서는 '소리'와 '글자'를 사용하여 제품과 기업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광고 글쓰기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광고의 본래 목적인 '설득하기'를 중심으로 광고 글쓰기 유형은 '제품명 반복하기', '제품 특성 드러내기', '소비자 관심 끌기'로 나뉜다.

'제품명 반복하기'는 제품명이 소비자의 기억에 또렷이 남도록 제품명이나 제품 사용 습관을 반복한다. '제품 특성 드러내기'는 과장, 비교, 반복, 쉽게 설명하기 등을 통해 제품의 특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법이다. '소비자 관심 끌기'는 패러디, 문자 변형 등 뜻밖의 요소를 통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일으키는 방법이다.

1950년대 '진로 소주'(현 하이트진로)의 TV광고, 1961년 전국적 히트를 친 '샘표 간장'의 라디오 광고 등을 비롯하여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최신 광고 언어인 2016년 '쓱'(신세계닷컴) 광고와 '몬소리'(티몬) 광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형별 광고 언어와 글쓰기 비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만재(전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회장) 등 광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유명 카피라이터 10인이 추천하는 광고 글을 만날 수 있다.

3부 <광고 언어의 글멋>은 1950년부터 현재까지 제품 광고의 언어 사용과 글자 표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실제 사례와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광고 언어'는 보다 강력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글자 디자인을 하게 된다. 시기별 대표적인 제품 광고의 언어와 글자 표현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의 소비 성향, 제품 성격, 생활 유형 등 사회·문화적 환경을 엿볼 수 있다.

광고에 한글 글자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 디지털 글자가 넘쳐 나는 현재까지, 인쇄물의 제품 광고를 중심으로 광고 언어와 한글의 글자 표현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광고 글자 표현의 선구적인 디자이너 고 김진평(1949∼1998)의 한글 도면 60점과 김상만의 '친절한 금자씨'(2005 영화제목) 등 한글 레터링 작가 10인의 작품도 소개된다.

4부 <광고 언어, 우리들의 자화상>에서는 광고 언어를 통해 우리 삶의 중심인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시대상을 담았다. 인구수의 변화에 따라 출산을 제한하였던 1960년대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2010년대까지, 광고 언어는 인구 정책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담고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광고가 점차 늘어나고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한 광고 언어도 풍부해졌다. 1960년대의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광고 문구와 2000년대의 '혼자 사는 아이처럼 독거노인에게도 관심이 필요합니다'라는 광고 등 시대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광고 언어를 통해 가족과 사회의 깊은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8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전시 연계 교육이 열린다. 김정우 교수(한성대)의 주제 강의 '광고·언어·광고 언어'를 시작으로 한명수 이사(배달의 민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철 카피라이터, 박선미 본부장(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본부) 의 강의를 통해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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