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반복되면 진실이 돼 버린다는 의미다.
의무경찰(의경)로 복무 중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 '꽃보직' 특혜 의혹의 당사자들이 농가성진을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
의혹을 덮으려는 거짓 해명이 마치 진실인양 하고 있어서다.
우 수석의 아들 우모(24) 상경에게 서울지방경찰청 고위직 운전병이라는 보직을 준 경찰은 선발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특혜 논란을 뭉개고 있다.
우 수석도 "아들의 상사를 만난 적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들이 병역기피를 하지 않았다는 물타기와 함께.
서울청 운전병이 '꽃보직'이든 아니든 우 상경이 다른 후보자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능력자라면 선발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여론의 '경고'를 무시하고 권력의 꽁무니만 좇은 경찰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 상경이 의경으로 복무를 시작할 때 한 언론은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경찰은 이미 운전병으로 옮겨준 걸 숨기고 특혜는 없다고 거짓 해명했다.
지난해 7월 22일 우 상경이 정부청사경비대에서 복무하며 특혜를 받았다는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당시 경찰은 "입대 후 경기도 벽제 경찰수련원에서 교육을 받는 의경 중에 경비대 복무 지원을 받는다"면서 "신장과 체력검증 등 몇 가지 선발기준이 있는데 이에 따라 우 수석의 아들도 선발됐다"고 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우 상경이 정부청사 경비대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 상경은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기 19일 전 서울경찰청 고위직 운전병으로 전출된 상태였다. 당연히 언론에는 이를 비밀에 부쳤다.
다시말해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해 별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면서 뒤로는 정부청사경비대 보다 더 큰 특혜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서울청 고위직 운전병으로 우 상경을 데려다 쓸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난 여론을 의식했다면 경찰은 이때 우 상경의 운전병 전보 작업을 멈췄어야 했다.
결국 여론의 질타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우 수석의 눈치를 봤다는 의혹을 지우기 힘든 대목이다.
당시 우 상경은 전보 제한 규정 위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업무지원' 형태로 운전병으로 복무 중이었는데, 정식 발령(8월 18일) 전 원상복귀를 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우 상경을 운전병으로 뽑아주기 위한 '절차'를 강행했다.
정식 발령 사흘 전 중순 인사위원회를 열고 우 상경을 운전병으로 선발한 것.
물론 들러리(?)를 선 운전병 지원자의 서류 사본은 남기지 않았고, 인사위원회 회의록도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
복무지에 이어 보직 특혜 논란을 의식해 나중에 공개돼 논란이 될 수 있는 싹을 미리 자른 것으로 보인다.
우 상경에 특혜를 준 지휘관인 당시 이상철 경비부장(경무관)은 연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 인사 대상자에 대한 최종 검증 책임자는 우 수석이다.
우 수석이 반대하면 승진은 물 건너가는 이 차장이 우 상경을 자신의 운전병으로 들이는 '셀프 상납'(?)으로 우 수석의 환심을 사려한 것이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요즘은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인지 권력의 지팡이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