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출마하게 되면 당권 접수와 무관하게 차기 대권에선 멀어진다. 당선되면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걸려들고, 낙선할 경우 4‧13총선 패배에 이어 돌이키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김 전 지사의 측근들이 장기간 실직 상태고, 자신도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당권 출마’라는 고육지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당 안팎 나오라는 사람 없는데…측근들 “금명간 입장 밝힐 것”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출마, 불출마 가능성이 반반이며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마 여부를 늦어도 27일까지 밝힐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와 통화했다는 한 중진 의원은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구(수성갑)와 가까운 주호영(수성을) 의원과 측근인 김용태 의원이 전대 ‘완주’ 의사인 점이 막판 변수라고도 했다.
측근들은 출마 명분에 대해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오랜 꿈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이 김 전 지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당권을 내려놓아야 대통령 후보 자격이 생긴다. 전대 출마는 대권 포기라는 희생이 따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내 반응은 김 전 지사의 출마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경기도를 버리고 대구로 간 것부터 명분에 맞지 않았는데, 텃밭인 그곳을 야당에 뺏겼다”며 “당권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그가 2012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경기도지사 직을 유지한 채 출마했고, 이후 대구로 지역구를 바꾸기까지 서울(동작을), 경기(수원병) 등 험지의 보궐선거 출마 요구를 고사했던 점을 들어 “양지만 찾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당혹스러워 했다. 김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사려있게 결정해 주길 바란다”면서도 “당내 난전 상황에 섣불리 나서기보다 내년 대선에서 의미를 찾기 바란다”며 불출마를 촉구했다.
김 전 지사의 출마로 요동칠 당권 경쟁 구도를 놓고도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비박계는 ‘표 분산’을 우려하고 있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현재 김 전 지사를 강하게 지원하겠다는 사람이 나서질 않고 있지 않느냐”며 “김 전 지사의 자가발전이거나 비주류의 분열로 이득을 볼 누군가가 부추긴 것 아닌가 한다”고 해석했다.
친박계에서 비박계의 후보 단일화를 막기 위해 출마를 종용했다는 해석이다.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자료배포를 통해 “‘최근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가 먼저 김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23일 통화에선 ‘출마’ 여부를, 24일엔 ‘조력’ 여부를 각각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지사가 당권 도전을 강행하고, 출마를 타진 중인 홍문종 의원까지 가세하면 새누리당 당권 주자는 8명이 된다. 7명 이상 출마하면 5명으로 컷오프하는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김 전 지사의 출마로 3명의 탈락자가 나오면 본격적인 계파 간 합종연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이주영·이정현·홍문종(친박), 주호영·한선교(중립), 정병국·김용태(비박) 의원의 구도에서 김 전 지사가 어떤 그룹으로 분류될지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