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신규면세점…하반기 직면할 난제들

매출 상승세…'유커'·'출혈경쟁'·'이익구조'

올해도 국내 면세점의 고공비행이 이어지면서 신규 면세점 매출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5조774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6.1% 증가한 것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12조원 달성도 가능해보인다.

신규 면세점 매출도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부진 탈피 신규면세점, 매출 상승곡선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지난해 12월 부분 개장 이후 하루 매출이 3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 전면 개장 후 평균 11억원으로 올라섰다. 최고 15억원 대를 찍기도 했다.

지난 5월 바로 전면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초기 평균 4억원에서 최근 10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 김미영 영업팀장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다른 신규 면세점이 6~8개월이 걸린 하루 10억원 매출을 오픈 두 달만에 이뤄냈다"면서 "상당히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지난 1일 전면 개장했다. 63빌딩 전망대와 아쿠아리움 등과 연계한 원스톱 관광·쇼핑 투어를 표방하며 현재 하루 7억원대인 매출의 대폭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입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라아이파크는 신규 면세점 중 처음으로 3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등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다.

신세계명동과 갤러리아63도 력셔리 브랜드들을 빠른 속도로 채워가고 있다. 브랜드 유치에 가장 애를 먹었던 두타면세점도 지난 15일부터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등이 입점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 최대 변수 '유커'

그러나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당장 하반기에 직면할 불안요소도 여럿이다.

최대 변수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다. 국내 면세점에게 유커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올 상반기 서울시내 면세점 매출에서 유커 비중은 80%에 이른다. 이쯤되면 유커가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면세점들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을 떠올리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유커 동향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다.

일각에서는 비관세장벽을 통한 한국 기업 직접 규제를 놔두고 반한여론 조성과 자국민 방한 제한 등의 번거로운 방법을 쓰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신규 면세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한류스타 모델 동원과 중국기업 제휴 등을 통해 유커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타면세점 마케팅팀 전창수 부장은 "전속 모델인 배우 송중기 씨가 출연한 웹드라마를 SNS에 공개했는데 열흘만에 조회수가 240만뷰를 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중국인에게 두타면세점의 인지도가 높아지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 출혈경쟁…황금알 거위는 어디에?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규면세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선불카드 증정 액수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 전지현, 지드래곤, 송중기, 송혜교, 송승헌 등 초특급 스타들을 기용한 한류마케팅에도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 같은 출혈경쟁은 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게 신규 면세점들의 입장이다.

여기에 연말에 신규 면세점이 추가로 가세하게 되면서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시내면세점이 지난해말 5개에서 9개로 늘었는데 연말에 4개가 추가 선정돼 내년에는 13개로 증가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면세점이 많은 상태지만 내년에는 말그대로 포화상태가 된다"면서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이란 말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전했다.

◇ 수수료 덜 받고, 더 주고

신규 면세점은 시장점유율과 인지도가 아직 떨어지기 때문에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대행 수수료율이 기존 면세점보다 낮다.

반면 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더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해야 한다. 같은 매출을 올려도 이익은 기존 면세점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똑같이 매출이 나와도 신규 면세점은 초기 마케팅 투입비용과 수수료 문제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면서 "매출이 올라가더라도 실제로 이익을 내기는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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