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청혼'을 했던 SK텔레콤이 이렇게 반대가 극심한 가운데 '더이상 결혼 추진은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SKT는 18일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불허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을 수용하며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T가 이렇게 '사실상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CJ헬로비전과의 결혼이 성사되면 하려던 '콘텐츠와 기술분야의 투자'는 중단되게 됐다.
제일 충격이 큰 곳은 CJ헬로비전이다. 헬로비전은 이날 입장자료에서 SKT에 비해 더 강도 높은 반응을 내놨다.
헬로비전은 "이번 심의결과에 대해 존중하나 현재 케이블 TV산업이 처한 현실과 이로 인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감'과 '매우 유감'으로 두 글자 차이이긴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 무산을 바라보는 SKT와 CJ헬로비전의 시각차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일단 인수합병이 추진되는 7개월 동안 기업의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은데 대해 우려했다.
CJ헬로비전은 투자가 정체되고 영업이 위축된 점, 미래성장성이 위협받은 점에 대해 점검하고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받은 상처를 치료하고 위축된 기업문화를 다시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헬로비전은 "내부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하여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면서 "이후의 대응방안은 현재 마련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후의 대응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CJ헬로비전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수합병 추진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과 공정위 등을 상대로한 행정소송 등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로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던 SKT의 계획과 매각 대금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에 올인하려던 CJ의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SKT는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가입자 숫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되게 됐고 CJ역시 매각 대금 1조 원 이상을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인수합병 무산으로 케이블TV 업계의 자발적인 재편이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난 2012년 이후 전체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통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한 출구전략이 막혔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도 IPTV에 밀려 점점 체력을 잃어 가고 있는 케이블TV의 연명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정된 권역에서 IPTV나 위성방송과 같은 전국권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케이블TV업계로서는 일단 10년간 묶여온 '요금인상'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낼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