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의혹 등으로 현직 대표까지 검찰이 소환하기로 하면서 방송정지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기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부 당국자마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협력사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검찰 수사 결과에만 목을 매고 있다.
◇ ‘진퇴양난’ 롯데홈쇼핑…행정소송 어찌하나
지난달 27일 롯데홈쇼핑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오는 9월 28일부터 6개월 동안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배임수재 관련 형사처벌 대상 2명을 누락해 허위보고했다는 이유였다.
롯데홈쇼핑은 고의가 아니었으며 협력사의 3분의2인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협력사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6일 협력사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행정소송 방침을 재확인하고 11일부터 협력사별로 만나 맞춤형 구제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7일 일부 임직원들의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사용과 상품권깡(회삿돈으로 매입한 상품권을 현금화) 등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과 재승인 로비 관련 단서들이 알려진 것이다.
검찰은 12일에는 롯데홈쇼핑 강현구(56) 대표이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만약 로비 혐의가 드러나 강 대표가 구속된다면 롯데홈쇼핑으로서는 행정소송을 내기가 어려운 지경에 몰리게 된다. 소송을 강행하기에는 여론이 부담스럽고 특히 내후년에 돌아올 재승인 심사는 더 큰 걱정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수사가 마무리되고 상황이 정리돼야 행정소송 제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현구 대표가 구속되면 소송제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며 곤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행정소송 시한은 다음달 24일이다. '진퇴양난', '속수무책' 롯데홈쇼핑의 지금 처지다.
◇ ‘억울한’ 협력사들 “왜 우리가 피해를…행정소송 꼭 제기해야”
모피와 가죽 의류를 납품하는 시티지 최태진 대표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했지만 행정소송을 하면 일단 방송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정부의 구제방안에 대해 “미래부는 롯데홈쇼핑에 떠넘기고 롯데홈쇼핑은 검찰 수사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면서 “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롯데홈쇼핑에만 여성 란제리 제품을 납품하는 인티지아 김선미 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너무나도 억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계약한 채널 특화상품이라 다른 홈쇼핑으로 옮길 수도 없다”면서 “방송이 정지되면 대안이 없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독일 레이스업체와 계약해 생산해놓은 제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경쟁력이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롯데홈쇼핑 거래업체라고 특별 대우를 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이미 우리 채널에서 판매중인 제품과 겹칠 경우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 진정호 위원장은 “수사와는 별개로 반드시 행정소송은 내야만 한다”면서 “이번주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협력사는 850여 개로 이 중 560여 개, 66%가 중소기업이고 173개는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거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