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주장하거나 소수의 저항을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우리 사회의 논리는 다수결의 정당성과 의사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다수의 이익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다수결이 정말로 공정한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다수의 이익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소수자나 약자가 존중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없는 것인지 묻고 있다.
이 책은 1999년 창립되어 인권 운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는 ‘인권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가 2015년 진행한 인권교육 직무 연수의 주요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쉬운 구어체 문장으로 되어 있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인권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폭력(표창원), 민주주의(오인영), 철학(선우현), 세계(이희수), 평화(고병헌) 등 다섯 가지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왜 인권이 우리 사회의 다수자와 소수자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해답’인지 알려주고 있다.
1강에서 범죄심리학 전문가이며 국회의원인 표창원 의원은 폭력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를 진단하며 정의로운 폭력은 존재하는지, 상대를 괴롭히는 ‘갑질’의 이면이 무엇인지 살핀다. 폭력은 피해자는 물론 행위자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폭력(권력)을 행사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간성 상실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 결코 나에게 행복일 수 없다는 것이다.
2강에서 고려대 역사연구소 오인영 연구교수는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하며,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오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지, 국가를 위해 국민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3강에서 청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선우현 교수는 철학의 역할과 현실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우리 스스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차별 의식과 성적 소수자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나 거부감이 근거 없는 편견의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한다.
4강에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우리 사회의 이슬람과 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민족적 차별을 사례로 들며 단일 민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 등의 서양 중심의 사고를 하며 서양인들이 가지는 편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적한다. 그는 문화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며 선과 악도 존재하지 않기에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5강에서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고병헌 교수는 평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욕망이나 욕구가 자연스러운 것인지 건강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동력인 자유, 평화, 행복은 삶의 과정에서 경험되는 것이지 삶을 희생시키면서 손에 쥐는 그 무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표창원, 오인영, 선우현, 이희수, 고병헌 지음/철수와영희/244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