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무장지대 중화기 반입에 유엔사도 2년전부터 맞대응

2014년 9월부터 '유엔사 규정 551-4' 문서로 중화기 반입허용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중화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 규정을 어기고 박격포, 고사총 등을 배치하자 유엔군사령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전협정 체결 61년 만인 2014년 9월부터 DMZ에 여러 종류의 중화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 이를 시행하고 있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전협정을 통해 남북한 무력의 완충지대로 설정한 DMZ가 더는 비무장지대가 아닌 '무장지대'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가 10일 단독 입수한 '유엔군사령부 규정 551-4'에 따르면 유엔군사령관은 개인화기를 비롯한 다종의 중화기를 DMZ에 배치하는 것을 허가했다. 개정된 규정은 2014년 9월 5일자로 발효됐다.

유엔군사령관이 DMZ에 반입을 허가한 무기는 ▲개인화기(반자동 및 자동: K1, K2, K3) ▲중(中) 기관총(7.62㎜) ▲중(重) 기관총(K6 50구경·K4 40㎜ 자동 유탄발사기) ▲무반동총(최대 57㎜) ▲60㎜와 80㎜ 박격포 ▲유선 조종식 클레이모어 지뢰 ▲수류탄 등이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DMZ에 개인화기를 제외한 중화기 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유엔사는 DMZ에 이들 무기 반입허가 배경에 대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내에 배치한 무기체계에 대응해 유엔군사령관은 이들 무기체계의 비무장지대 배치를 인가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정전협정 규정을 어기고 DMZ에 중화기를 반입하고, 다량의 대인·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 조치로 중화기 반입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DMZ내 GP(소초)에 박격포와 14.5㎜ 고사총 등을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GP에는 박격포가 설치되지 않았다.

정전협정은 적대 행위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 방지를 위해 군사분계선(MDL) 155마일을 중심으로 남과 북쪽 각 2㎞ 구역을 DMZ로 설정했다. 유사시 개인 방호를 위한 개인화기를 제외한 어떠한 무기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다.

우리 국방 당국은 유엔사의 중화기 반입허가에 대해 DMZ 내에 있는 일부 GOP(일반전초)에 중화기를 암묵적으로 반입한 것에 대해 유엔사가 이를 현실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형적으로 DMZ 내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GOP에는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 제한적으로 박격포를 반입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전협정 규정과 맞지 않는 일부 이런 현실을 잘 아는 유엔사가 제한적으로 중화기 반입을 허가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엔사가 중화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은 올해로 체결 63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전협정상 가장 핵심인 DMZ에 남북한이 중화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게 되면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확대되는 등 DMZ 설정 취지가 빛이 바랜다는 것이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북한군이 DMZ에 중화기를 반입하는 것을 눈 뜨고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북한군의 조치에 따른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중화기 반입은 정전협정의 현행 예외사항에 대한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간의 기록 각서(2014년 7월 17일)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엔사가 2년 전 합참과 DMZ 중화기 반입 문제를 협의하고 규정을 개정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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