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사가 부하직원 교육해도 40만원'…이상한 공무원 수당

직무교육 나서는 공무원 시간당 평균 16만5천원 지급…자치단체장·의장은 25만~40만원

"근무시간에 업무 설명·시책 홍보하는데 웬 수당" 충북도교육청 폐지, 지자체들은 고수

공공기관이든 민간 기업이든 하루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당연히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 더 일한 만큼의 대가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공무원에겐 민간기업에서는 생소한 수당이 있다. 강사 수당이다. 근무시간에 강사로 나서면 별도의 대가를 받는 것이다.

시·도 자치연수원에서 공무원이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이 기초단체 공무원들에게 자신이 맡은 일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업무 기법을 전수하는 것인데, 직무 교육이라고 불린다. 이때 강사 수당이 지급된다.

이 수당 지급은 법으로도 허용한다.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상 교육훈련기관은 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강의 대가를 지급하는 지자체 교육기관이나, 강의 대가를 받는 공무원이나 법적으로는 이상하거나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공직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공무원 강사 수당 지급을 외부에서도 동의하거나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효윤 국장은 "근무 이외의 시간에 강의를 할 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근무시간에 강사로 나서는데 별도의 돈을 챙겨 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공무원을 상대로 자신의 업무 기법 등을 소개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의 연장인데 별도의 수당을 왜 지급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공무원 강사 수당 지급 관행이 전국적으로 똑같이 이뤄질 텐데 모두 합치면 적지 않은 혈세가 공무원들에게 이중 지급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국장의 지적처럼 공무원의 직무 교육 강사 출강 및 수당 지급은 전국 지자체 어디든 예외 없이 이뤄지는 오래된 관행이다.

강사 수당 지급을 명시한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은 1995년 4월 제정됐다. 바람직한 공직윤리와 직무 수행 능력을 갖추는 지방공무원 교육훈련에 공무원이 강사로 나설 수 있도록 하면서 수당 지급 규정을 담았다.


이때부터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광역자치단체 공무원들을, 광역단체 공무원들이 기초단체 공무원을 교육하는 게 일상화됐고, 으레 수당을 지급해왔다.

충북 자치연수원의 경우 작년 한 해 220명의 충북도 공무원과 44명의 중앙부처 공무원 등 총 270명이 공무원 교육을 위해 강단에 섰다.

이들이 받은 수당은 1인당 평균 18만9천원, 총 5천114만원이었다.

올해에도 6월까지 총 87명의 공무원이 직무교육 강사로 나서 1인당 평균 16만5천원을 받았다. 지급된 강사비는 총 1천438만원이다.

충북 자치연수원이 마련한 강사 수당 지급 기준을 보면 시간당 6급 이하 공무원은 7만원, 4∼5급 공무원은 10만원, 3급 이상 공무원은 18만원, 도지사나 도의장은 25만원이다.

충북도 지급 기준액은 그나마 전국 하위권이다. 다른 지자체는 이보다 훨씬 후하게 강사 수당을 지급한다.

경기도는 5급 이하 12만원, 4급 이상 23만원, 도지사 40만원이다. 올해 1∼6월 161명이 5천340만원을 받았다. 1인당 33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전남도 역시 직무교육 강사 수당으로 3급 이상은 시간당 30만원, 4∼5급 공무원은 1시간 강의 후 15만원을 받는다.

물론 강의에 나서는 공무원들이 강의 교안을 작성하는 수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강단에 서는 공무원 대부분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강의하기 때문에 교육자료 준비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업무 담당 하위직 공무원들이 보고한 문건 등을 수정하면 된다.

아예 담당 공무원에게 강의 교안 작성을 떠넘긴 뒤 최종적으로 손질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심지어 그동안 추진해온 주요 도정이나 시정을 공무원들에게 홍보하면서 수당을 챙기는 사례도 있다. 세무직 공무원이 회계실무와 지방세 실무를 교육하거나 환경직 공무원들이 환경 배출 시설 관리 과정을 강의하는 등 전문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그나마 나은 셈이다.

지난해 충북 자치연수원에서 강사로 나섰던 공무원들의 강의 내용만 살펴봐도 과연 수당을 지급해야 할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작년 공무원 강사들은 '지역 일자리 창출 정책', '고용률 72% 달성정책 및 과제',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 응급처치법', '맞춤형 생활보장 제도' 등을 교육했는데, 민간 기업들은 공무원들에게 강사 수당을 챙겨 주는 관행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같은 세상에 '철밥통' 조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요식업체에 다니는 김모(37)씨는 "전국 지사를 돌며 목이 쉬도록 교육을 해도 지급되는 건 교통비 수준의 출장 수당뿐"이라며 "근무시간에 자기 업무를 소개하는데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사 수당을 전격 폐지한 곳도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말부터 강의에 나서는 공무원에게 출장비만 지급할 뿐 강사 수당을 따로 주지는 않는다. 두 가지 수당을 모두 주는 것은 이중 지급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도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수당 지급 여부가 교육훈련기관의 재량에 달린 것으로,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의무조항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대부분 지자체는 강사 수당 지급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한 지자체의 공무원교육원 관계자는 "강사 수당이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니다"며 "처리해야 할 업무를 못하고, 시간도 뺏겨가며 교안을 만들고 강의에 나서는데 소정의 수당을 주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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