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제데모' 의혹 어버이연합 사실상 공중분해

회장 출국·부회장 사퇴·사무총장 잠적…검찰 수사는 '미적'

6일 오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 (사진=김광일 기자)
청와대 사주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지원으로 '관제데모'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극우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의혹을 해명하겠다던 추선희 사무총장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회장이 출국하고 부회장이 사퇴하는 등 지도부는 공백 상태다.

이에따라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각종 집회에 어김없이 등장해 맞불집회를 벌이던 어버이연합을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텅 빈 사무실…지도부 공백에 회원들 발길 끊어져

8일 어버이연합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사무실을 비우고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2층 어버이연합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고 3층 협력단체 '비전코리아' 사무실에 관계자 3명이 남아 분주하게 막바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안보강연이나 무료급식으로 사무실을 가득 메우던 회원들은 별안간 자취를 감췄다.

6일 오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건물. 창문에 붙어있던 어버이연합 스티커가 떼진 가운데 추선희 사무총장 부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1층 감자탕집은 남아 있었다. (사진=김광일 기자)
어버이연합 관계자는 "대부분의 짐은 서울 근교에 있는 컨테이너로 모두 옮겼으나 일부는 아직 남아있다"며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도부 공백이 이어지면서 지난 10년간 쉬지 않고 벌여오던 '맞불 집회'나 '항의 퍼포먼스' 등은 당분간 계획할 수 없게 됐다.

◇ "사무총장 혼자 한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사퇴

심인섭 회장은 지난 4월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폭로된 이후 미국에 있는 아들 집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문 부회장은 사태 이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무총장 혼자 독단적으로 행한 것을 나중에서야 신문으로 봤다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르신들의 명예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잠적했던 추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 검찰 출석하며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이후 내부에서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지난 4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사 앞에서 올해 초 위안부 타결과 관련해 청와대 측에서 지지 집회를 지시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는 '시사저널'의 보도는 오보라고 주장하며 반박 기자회견을 마친 뒤 흩어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서울지역 한 지부장은 "오늘(7일)도 사무실에 가봤는데 사무총장을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며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사무를 볼 직원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부장 회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명목상 회장 역할은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가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실질적인 업무는 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 종묘공원에서 방송차량과 앰프를 동원해 실시하던 '역사강연'도 지난달 끊겼다.

수년 동안 종묘공원에 나와 어버이연합의 역사강연을 멀찍이 바라봤다는 A 씨는 "한 달 전쯤부터 강연하러 나오지 않았다"며 "시끄러운 것들 없으니까 세상 살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한 수사의뢰를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2개월이 지나도록 추 사무총장을 한 차례 소환조사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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