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생산량 자체가 감소한데다 중국과 일본 등지로 나가는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정작 국내 공급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이 국내에서 품귀현상으로 값이 오르자 양식어민들이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4월과 5월산 물김을 시장에 대량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은 저품질의 김을 비싼 가격에 사서 먹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물김 생산,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최적기
김의 원재료인 물김은 생산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를 '김 어기'라고 한다. 이를 구분하면 10~11월을 '어기 초'라 하고, 12~2월까지를 '어기 중', 3~5월을 '어기 말'이라 한다.
'어기 초'는 물김 종자가 막 자라기 시작해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어기 중'은 한 겨울 바다 수온이 내려가면서 품질 좋은 물김이 많이 생산되는 시기다. 대부분의 물김이 이때 출하된다.
'어기 말'은 바다 수온이 조금씩 오르면서 물김이 누렇게 착색되는 등 갈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시기다.
이처럼 생산된 물김은 가공 과정을 거쳐 마른 김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마른 김은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뉜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김이 김밥용 김으로 국내 유통 물량의 60~70%를 차지한다.
돌김은 우리가 통상 간장에 찍어먹는 김을 말하며, 주로 어기 초에 생산돼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파래김은 김에 파래를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저가에 많이 판매되는 김으로 대형마트의 끼워팔기와 미끼상품 등으로 유통된다.
재래김은 별도의 종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돌김과 김밥용 김을 적당하게 섞어서 만든 김으로 모양도 정사각형이 아닌 직사각형으로 길쭉한 게 특징이다.
◇ 2016년산 마른 김 생산량 0.3% 감소…품질 저하 시기 4~5월에 집중 출하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생산된 2016년산 마른 김은 모두 1억2천746만 속(1속은 100장)으로 2015년산 보다 0.3%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상 고온현상으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고 안개가 많이 낀데다, 올해 1월과 2월에는 강풍과 폭설피해로 물김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이 기간에 마른 김 생산량도 급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마른 김 생산량은 6천343만 속으로 2015년산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나 줄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백은영 연구원은 "물김은 추울 때 많이 생산되는데 작년은 수온이 높고 안개가 많이 끼었다"며 "안개가 끼면 김의 윤택이 안 좋고 성장도 더디게 진행돼 물김 양식에서 최악의 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기 초·중에 물김 생산량이 감소하자 양식어민들이 이를 보전하기 위해 4~5월산 물김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같은 기간 마른 김 생산량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4~5월산 마른 김 생산량은 2천877만 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9% 증가했다. 이로 인해, 4~5월산 마른 김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9.1%에서 올해는 22.6%로 3.5%p 높아졌다.
◇ 저품질 김 유통…소비자 오히려 비싼 가격에 구입
이처럼 물김 생산량이 어기 초·중에 감소하다 어기 말에 급증하면서 2016년산 물김의 산지 평균 가격은 1kg에 1,014원으로 2015년산 보다 29.3%나 폭등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마른 김 수출량이 2,310만 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8%나 증가하면서, 국내 마른 김 도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KMI에 따르면, 2016년산 김밥용 김의 속당 도매가격은 중품 기준으로 평균 4,810원으로 2015년산에 비해 26.4%나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4~5월산 마른 김을 오히려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는 애기가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기 말 김 생산은 절대적으로 지양되어야 하고, 생산된 김은 폐기처분해야 되는데 최근 높은 가격 때문에 생산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결국 전체 김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