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농담을 주고받고, 때로는 거친 장난도 일삼는 신태용 감독이라는 점에서 선수 사이에서는 ‘친구 같은’ 지도자로 통한다. 신태용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과거 프로팀을 맡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비록 위치만 달라졌을 뿐 선수들과 편하게 지내는 지도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같은 시선에서 생활하고 지도하는 신태용 감독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5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부탁에 크게 두 부류로 갈렸다. 하지만 하나같이 호평 일색이었다.
‘신태용호’의 에이스 문창진(포항)은 평소 신태용 감독이 가장 장난을 많이 치는 ‘표적’이다.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두 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올림픽 미디어데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문창진은 어김없이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꿀밤을 맞고 줄행랑을 쳤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문창진은 신태용 감독의 쉴 새 없는 장난이 자랑 표현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 수평 리더십, 신태용호의 최대 무기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선수들이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신태용 감독 자신도 “선수들이 감독을 피하는 팀도 있는데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자부할 정도로 좋은 분위기 속에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덕분에 선수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메달’에 대한 분명한 자신감이 흘러나올 정도다.
물론 신태용 감독이 갑작스레 올림픽대표팀을 맡았을 당시에는 선수들이 상당히 감독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먼저 장난을 걸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친해졌다. 신태용 감독은 이런 모습에 “진짜 내 팀이 됐다고 느낀다. ‘형님 리더십’이 많이 먹혀들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
신태용 감독이 언제나 웃는 낯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면 날이 바짝 선 독설로 정신을 차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는다. ‘쿨가이’라는 표현처럼 경기력 향상을 위해 실수를 지적하고 화를 내도 평소 성격은 감출 수 없다.
특유의 쾌활한 성격에도 신태용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실제 체험을 통한 배움의 산물이다.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신태용 감독은 호주로 건너가 생활하는 동안 현지에서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을 배웠다고 했다. ‘수평적 리더십’을 통해 선수들이 더욱 창의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 신태용 감독의 존재는 지구 반대편에서 열릴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쾌거를 기대하게 하는 맛 좋은 양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