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업체들은 공정위 심사는 '독점방지'에 치우쳐 있어 '방송통신 정책'을 주관하는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기대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는 않은 상태다.
'조건부 승인' 정도로 예상했다가 '불허'라는 공정위 심사보고서로 일격을 당한 SKT는 표현의 수위는 정제했지만 당혹과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SKT는 5일 오후에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단 '충격'이라는 말로 감정을 표현한 뒤 '투자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을 발전시키려 했던 계획이 물건너 갔다'며 유감이라고 선언했다.
'충격'과 '유감'이라는 말로 나름 정제하긴 했지만 톤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SKT는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중이며 여러가지 후속대책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후속대책을 구사할지에 대해 SKT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통 '불허'결정이 내려졌을때 기업들이 흔히 구사하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이 빠진 것으로 볼때 어떤 행보를 취하겠다는 뜻이 분명히 읽힌다.
SKT는 이번 심사보고서를 최종확정하는 오는 20일 전체회의 때까지 이번 불허조치가 부당함을 여러가지 논리를 들어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J헬로비전의 반응과 대책은 SKT보다 더 격하다.
CJ헬로비전은 "합병뿐 아니라 인수조차 불허한 이번 심사결과는 케이블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또는 '최악'이라는 표현은 공정위의 피규제기관으로서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CJ헬로비전의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CJ헬로비전의 주가도 전날에 비해 무려 13.33%나 떨어지면서 충격을 반영했다.
CJ헬로비전은 "이번 결정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 산업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면서 "업계의 선제적인 자율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막자는 현 정부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공정위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CJ헬로비전은 또 "이번 공정위 심사결과에 거듭 유감을 표시하며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이런 점들을 잘 살펴 합리적 판단을 내려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KT와 CJ헬로비전의 이런 강한 반발에 부딪힌 공정위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원안을 그대로 확정할지 다른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지만 7개월 이상의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더 강해 보인다.
그러나 공정위가 '불허'를 최종결정하더라도 상황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확정하면 미래부는 이통통신업계나 IPTV, 유선방송 등 여러가지 영역에 대해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가 이뤄지면 최종적으로 미래부 장관이 '인수합병 인허가안'에 사인을 하게 된다.
SKT와 SJ헬로비전은 공정위는 그 성격상 '반독점'의 관점에서만 이 사안을 봤지만 미래부나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산업, 시장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뒤집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점점 커가는 IPTV에 시장을 빼앗겨 가고 있다가 이번과 같은 인수합병에 사활을 걸 고 있는 유선방송업계는 이 과정에서 미래부와 방통위의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위가 7개월 장고끝에 내린 불허결정을 미래부와 방통위가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통신독과점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면서 환영하고 있다.
방송통신실천행동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의 최종 결과발표와 향후 있을 미래부-방통위 심사 절차를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면서 "방송과 통신 분야의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와 통신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정위의 불허로 '빨간불'이 들어온 SKT와 CJ 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여러 난관을 뚫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