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 밀려드는 요우커에 불법 '쇼핑형 약국' 기승

면허 불법대여해 약국운영하고 건강의약품 폭리까지

제주시 대형면세점 인근에 있는 약국.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도에 중국관광객 '요우커'들이 밀려들면서 건강 의약품과 기능식품 위주로 판매하는 이른바 '쇼핑형 약국'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바지사장을 내세운 불법 면허대여 약국이 일반 약국보다 1.5배 가량 폭리를 취하는 등 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큼지막한 한자간판을 내건 제주시 연동의 한 약국. 외국인 면세점 바로 인근에 위치해 목이 좋다보니 요우커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손님 대다수가 중국관광객들이어서 약국에는 중국어로 설명된 건강기능식품들이 즐비하다.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도 중국인이다.

건강기능식품과 일부 일반의약품 가격은 20만원에서 668만원까지 다양하다. 인삼주로 보이는 병과 말뼈환도 진열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해 판매하는 일반 약국과는 분명히 다르다. 사실상 건강 의약품과 기능식품을 파는 쇼핑센터다.

제주시내 또다른 약국도 외국인 면세점 옆에서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쇼핑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제주시 연동의 한 약국. (사진=문준영 기자)
요우커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와 제원아파트 일대에 있는 약국들도 같은 방식으로 중국관광객을 맞는다.

문제는 불법 약국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면허대여 약국이다.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에 따르면 제주시 연동의 A약국은 화교 B(61)씨가 대표 약사다. 그런데 B씨는 연동의 또다른 C약국도 약사면허가 없는 아내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약사법상 약사는 1곳의 약국만을 운영할 수 있다. 1약사 1약국 제도다.

대한약사회는 B 씨 부부가 70대 여성 약사의 면허를 빌려 C 약국을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제주시보건소에 따르면 A 약국은 지난 2015년 8월에, C 약국은 지난 2014년 6월에 각각 개설됐다.

대한약사회는 화교 B 씨가 A 약국을 새로 만들며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C 약국은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이라며 불법 면허대여 약국이라고 설명했다.

668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국내 유명 제약회사의 공진단. (사진=문준영 기자)
쇼핑형 약국의 폭리 영업도 문제다.

A 약국에서 판매되는 국내 유명제약사의 공진단 가격은 668만원이다. 제주시 다른 약국의 판매가보다 200만원이나 비싸다.

제주공항 인근에 있는 주유소가 다른 주유소보다 리터당 200원 이상 비싸듯이 이들 쇼핑형 약국 역시 접근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 셈이다.

쇼핑형 약국의 또다른 문제는 조제 약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약국은 손님이 처방전을 들고 오면 다른 약국으로 돌려보낸다. 약국의 조제기능은 사라지고 시민들의 의료접근성도 낮아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제주에서 3차례나 점검을 벌여 면허대여 약국 등 8곳을 적발했다. 특히 면허대여가 의심되는 4곳의 약국은 폐업 조치 등의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대한약사회 양경인 약사지도위원장은 "중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면허대여 약국은 처음 적발된 사례"라며 "자정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약국들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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