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급식'은 어떻게 1년간 방치될 수 있었나

대전시교육청 급식 관리 허점…'보여주기 식' 현장점검 빈축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이 학교 5~6학년 학생들에게 받은 설문조사 내용 일부. (사진=대전 봉산초 학부모회 제공)
대전 봉산초등학교 불량급식 문제는 '위생과 안전'을 강조해온 대전시교육청 급식 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6. 29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만 다그쳤는데…" 불량급식에 뿔난 엄마들)

대전시교육청은 뒤늦게 진상조사위 구성과 특별감사 등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같은 허술한 관리체계 개선에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 급식사고 아니어서? 1년간 방치된 '불량급식'

대전 봉산초등학교 불량급식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무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위생적인 시설 관리 등이 학부모들과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적발되고도 1년 동안 달라지지 않았고, 대전시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까지 알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초·중학교 급식은 교육지원청 소관이라는 것이 대전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현장점검과 시정조치까지 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고, 시교육청에서는 고등학교 급식만 맡고 있다는 것.


해당 학교는 세균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나 주의 조치 등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시교육청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사고가 발생하면 시교육청에 구성된 전담팀에서 처리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세균 수 초과 등의 경우 시교육청 보고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할 교육지원청의 행정지도에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현재의 관리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욱이 급식사고 등이 터져야만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시교육청의 태도에 학부모들은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식품위생감시원으로 나선 설동호 교육감…보여주기 용이었나?

대전 봉산초 불량급식이 더욱 공분을 산 이유는 대전시교육청이 평소 '위생과 안전'을 강조해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

대전시교육청은 급식사고 예방을 위해 간부공무원들도 수시로 현장점검에 나선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결국 보여주기 용이 아니었느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지난 3월 대전식약청장과 함께 충남고 급식소를 방문, 일일 식품위생감시원으로 점검에 나섰다.

불량급식 문제가 드러나기 직전인 지난 5월 26일에도 설동호 교육감과 간부들은 학교 급식소를 방문해 식재료의 신선도와 조리종사원의 위생·안전수칙 준수 여부, 안전하고 위생적인 조리 여부, 보존식 관리 상태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밝힌 바 있다.

학부모들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처럼 알릴 때는 언제고 문제가 터지니 교육지원청에만 책임을 떠넘기며 선긋기에 급급했다"고 시교육청을 질타하고 있다.

박정현 대전시의원은 지난 1일 오전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제226회 제1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봉산초등학교 급식에서 머리카락, 철수세미가 나오는 것을 넘어 식기에서 기준치의 수십 배가 넘는 세균이 검출될 때 학교장과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설동호 교육감은 어디에 있었느냐"며 설 교육감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부교육지원청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던 대전시교육청은 불량급식 문제가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학부모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서부교육지원청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며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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