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900이 올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벤츠와 BMW 등 수입차가 주도했던 초대형 세단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5월까지만 보면 EQ900 1만4089대 판매로 전체 초대형세단 판매의 74.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초대형 세단 시장을 주도했던 벤츠 S클래스는 5월까지 2675대를 파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84대에 비해 절반가량이 줄었다.
결국 제네시스 EQ900이 수입차에 뺏긴 초대형 세단 시장을 되찾는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벤츠 S클래스의 경우 올해 미인증 변속기 문제로 판매를 하지 못한 기간이 있었고, 재고 부족으로 판매를 늘리지 못한 측면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 EQ900이 수입차 초대형 세단을 누르고 국내 초대형 세단 시장의 강자로 등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불경기에도 한 대에 많게는 1억 1700만원하는 EQ900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고가의 초대형 세단이지만 역설적으로 가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품질이 향상돼 상품성에서 수입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바에야 가격이 합리적인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대형 세단의 주요 구매자는 개인보다는 법인인데, 올해부터 업무용 차를 구매할 경우 연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입비 상한선을 800만원으로 제한했고,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쳐 1000만원이상 비용으로 인정받고자 할 경우 운행일지를 작성해야하는 등 규제도 강화됐다.
이는 해당 모델 중 업무용 판매비율이 7,80%에 이르는 EQ900 프리미엄 럭셔리(가격 8740만원), 벤츠 S350d 4Matic(1억 3350만원), BMW 730Ld xDrive(1억 4160만원), 아우디 A8 L 50TDI 콰트로(1억 4190만원)를 비교할 때 잘 드러난다.
EQ900 프리미엄 럭셔리의 소득세 부담액이 벤츠 S350d 보다는 578만원, 아우디 A8보다는 683만원 적다. 소득세 부담액에 차량 가격까지 합치면 최대 6133만원 차이가 난다. 대형세단 한 대 가격이다.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EQ900의 품질이 과거의 국산 고급차보다 월등히 좋아져 가성비가 벤츠 S클래스에 못지않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다”며 “불경기에 저렴한 가격, AS와 부품 등 차량 유지 관리 스트레스를 감안할 때, 주위를 의식해야하는 수입 초대형 세단보다는 마음 편하게 국산 초대형 세단을 선택하는 기업 CEO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